(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동원령을 내린 이후 이스라엘로 입국하는 러시아 거주 유대인들이 크게 늘었다고 현지 언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인구이민국경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린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10일간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통해 이스라엘에 입국한 러시아인은 6천566명이다.
이는 연초 이후 5월 말까지 총 입국자 1천507명의 4배가 넘는다.
해외 거주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알리야)을 담당하는 알리야통합부는 동원령 이후 입국한 알리야 비자 소지 러시아인이 최근 5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처럼 동원령 이후 러시아 거주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몰리는 것은 이스라엘이 몇 안 되는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단행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러시아를 오가는 여객기 운항도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이른바 '귀환법'에 따라 모든 유대인의 본국 이민을 장려하고, 심사를 통과한 유대인에게는 시민권도 부여한다.
귀환법에 따르면 할아버지 중 최소 한명이 유대인인 경우 알리야 신청 자격을 갖추게 되고, 심사를 통과하면 자동으로 이스라엘 시민권도 받게 된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현재 알리야 비자를 소지한 러시아 국적자는 4만 명에 육박한다. 또 알리야 비자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도 1만5천 명 선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들을 포함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5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이민할 것으로 보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9천만 셰켈(약 360억 원)의 특별 예산을 승인했다.
또 심사 통과 전이라도 알리야 자격을 갖췄다는 기본 정보만 제공하면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알리야 익스프레스' 제도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서는 동원령을 피해 이스라엘로 이주하기 위해 유대인 뿌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모스크바 서부 관청에서 일하는 타키아나 칼라즈니코바는 "최근 사무실 방문객의 90%는 유대 혈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러시아를 떠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유대인 족보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팔레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확인 요청이 10배로 늘었다"며 "동원령 이후에는 아들을 해외로 보내려는 어머니들의 요청에만 응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할아버지가 유대인임을 입증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반 미트로파노프(32)는 첫 동원령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곧 추가 동원령이 내려질 것이라면서 "국경이 열려 있는 한 떠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인 그는 이어 "유럽에서는 내 러시아 여권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로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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