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RBM 발사 3시간만에 성명…韓日과 외교·안보채널 즉각 가동
전략자산 전개, 양자·다자제재 추진 전망…중·러에도 압박 강화
바이든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백악관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은 4일(현지시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해 고강도 대응을 예고하면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 위협을 계속하는 가운데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 수위를 전략 도발에 근접한 수위까지 끌어올리자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3시간여 뒤인 전날 오후 10시 50분께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무모하고 위험한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북한이 지난 9월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잇따라 도발을 감행하는 도발 사이클로 들어간 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특히 미국은 NSC 국가안보보좌관 채널은 물론 외교장관·국방장관 등 외교·안보라인을 모두 가동해서 한국, 일본 등과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뒤 미일 양자, 한미일 3자, 국제사회와의 공조 등을 통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미일 3국 외교 차관도 전화 통화에 이어 수주 내 일본에서 회동키로 했다.
미국은 또 북한이 도발한 지 10시간 만에 주한미공군이 한국 공군과 함께 전투기를 동원해서 공대지 합동직격탄(JDAM)을 투하하는 정밀폭격훈련을 실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일차적으로 대응했다.
이울러 일본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는 일본 항공자위대와도 전투기를 동원해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미국의 이런 긴박한 대응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발사 직후에 한국 및 일본과 양자 훈련을 각각 실시한 것이 증명하듯이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이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비무장지대(DMZ) 방문 등에 대한 반발성이었다면, 이번 행동은 전략 도발 성격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30일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IRBM을 발사한데다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넘어서 비행한 것은 2017년 9월 이후 5년 만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 발사한 IRBM을 통해 북한은 태평양에 있는 미군의 요충지인 괌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도발 수위에서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이번 건은 전략 도발 수준에 근접한 성격"이라면서 "미국도 중대하고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낸 상태라는 점도 미국의 경각심을 높이는 요소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나는 이달 16일부터 미국의 중간선거가 열리는 내달 8일 사이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은 가운데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계속 올리고 있어서다.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던 2017년 9월 이전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도발 수위를 올렸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전날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치적 결정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에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추가 행동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차단하는데 대응을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추가 핵실험을 통한 북한의 핵위협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과 맞물려 있어서 미국은 이런 국제 정세의 함의까지 고려해서 대응 수위와 규모를 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칫하면 러시아와 북한의 핵 위협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한반도 및 일본에 전략 자산을 전개해 북한에 강도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북한이 반복적으로 도발하자 2017년 8월 이른바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와 함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처음으로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전개하기도 했다.
미국은 동시에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응도 추진,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토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변수다.
앞서 미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에 대응해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하는 내용의 결의를 추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불발된 바 있다.
미국은 당시에도 중국,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됐으나 제재 불발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결의를 추진한 만큼 이번에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대 국가가 없으면 회의 자체는 5일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공개적인 회의 진행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안보리 차원의 결의는 쉽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면서 유엔의 안보리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돼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 차원의 결의안 채택이 난망할 경우, 유엔 총회로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국제법적인 구속력은 없으나 북한에 국제사회의 일치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은 또 동맹국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인물 및 기관에 대한 양자 제재를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5월에도 안보리 제재가 불발되자마자 바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다만 미국의 강경 대응은 북한의 반발을 가져오면서 한반도가 긴장 고조의 사이클로 들어갈 수 있는 점은 향후 대응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한반도 문제가 커질 경우 대외 정책의 초점이 우크라이나와 한반도 등으로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크라이나나 대만 문제로 각각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 중국이 북한 편을 들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점도 대응의 고려 요소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대북 지렛대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은 또 한국, 일본과 한미일 3각 안보 협력도 강화하면서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적으로 11월 중간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점증적인 도발이 중간선거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해 대응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그 목적을 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려는 진지하고 지속가능한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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