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동원령 피해 넘어간 러시아인 몰려 포화상태…현지인 불만 고조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군 동원령을 피해 건너간 러시아인들로 인해 '이민자 대란'에 직면했다.
지난 20년간은 중앙아시아인들이 일자리를 구하려고 러시아로 향했으나 최근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자흐스탄 정부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군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20만명에 가까운 러시아인이 카자흐스탄에 몰려들었고, 그중 상당수는 키르기스스탄까지 넘어갔다.
러시아인들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고, 유라시안경제연합(EEU) 회원국 자격으로 현지에서 거주하며 일자리를 구할 수도 있다.
동원령 이전 6개월간 러시아인들의 이주는 매우 순조로웠다. 튀르키예,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을 목적지로 가족과 사업체를 유지할 자본을 갖춘 러시아인들이 주로 움직였다.
이 기간 키르기스스탄도 러시아인 3만 명가량을 수용했으며 고급 전문 인력도 상당수 유입됐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를 빠져나온 '병역 기피자'들은 시베리아나 러시아 극동 지방 등 상대적으로 변두리 지역에서 온 경우가 많아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
카자흐스탄 국경 도시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입국한 러시아인들에게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으며 영화관이나 체육관 등을 잠자리로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현지인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불어난 인구로 주택 임대료가 하룻밤 사이에 2배씩 오르고 있으며, 일부 집주인들은 러시아인을 상대로 비싼 임대료를 받으려고 기존 세입자를 내쫓기도 했다.
특히 타지키스탄과의 무력 충돌 후 피해를 수습 중인 키르기스스탄은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이 쏟아지며 수용인원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유엔 난민협약은 징집을 피해 망명한 사람도 이민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실제 러시아인을 이민자로 칭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포린폴리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결국 러시아 이민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원조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R)과 국제이주기구(IOM) 등 국제기구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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