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도 미국 노동시장이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미 임금노동자 절반 이상이 인플레로 실질임금 하락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2분기 사이 도시 지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8.6%보다 낮은 임금 인상률을 기록한 노동자가 53.4%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빡빡한 노동시장 때문에 임금 인상 추세가 더 강해졌지만, 노동자 다수는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보다 뒤처졌다"면서 이들의 명목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해 실질 임금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질 임금이 내린 사람들 가운데 임금 하락률 중간값은 8.6%였다.
지난 25년간 실질 임금이 하락한 시기는 이번뿐이 아니지만, 노동자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봤을 때 현 상황은 유례가 없다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지난 25년간 실질 임금 하락률 중간값은 6.5%였고 보통 하락률이 5.7∼6.8%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이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조사 결과와 관련,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을 지지하는 근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게다가 연준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 12월까지 2차례 FOMC 회의에서 1.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현재 3.7%인 실업률이 내년 4.5%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역사적으로 봤을 때 장기적으로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가 소득에 따라 다르다면서 "식품·에너지·주거비 등 필수재 소비 여력이 가장 적은 사람들이 제일 큰 고통을 받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경기를 명백히 둔화시키지 않고도 노동시장에서 더 나은 균형을 가져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기업 구인 건수가 전월보다 10% 급감한 1천10만 건으로 집계되자 노동시장 과열이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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