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인상률은 53% 그쳐…일본 등 주요국보다 낮아
"저렴한 산업용 요금이 에너지 효율 개선 저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 소비량이 30년새 약 5배로 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은 30년간 53%에 그쳐 주요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1990∼2019년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소비량 증가율은 372%(4.7배)로, OECD 국가 중 2위였다.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의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각각 14%와 9% 감소했고, 프랑스는 1% 늘었다. 일본은 19% 줄었다.
이처럼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력 소비량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1990∼2020년·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은 53%에 그쳐 일본(82%), 프랑스(229%), 독일(159%), 영국(181%) 등에 비해 낮았다.
1990년에는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수준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높았지만 2020년에는 OECD 국가 중 22위로 하위권에 내려앉았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0년 기준 MWh당 94.3달러로 OECD 평균(107.3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특히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2000년대 이후로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도 에너지 소비는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 성장과 함께 에너지 소비도 늘고 있어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에너지 효율 개선을 저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적자가 불어나고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자 일반 가구가 아닌 에너지 다소비기업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을 늘려 에너지 구매비용 상승분을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용 전력 수요가 늘어난 만큼 요금은 비싸지지 않아 전력 소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가격 시그널(신호)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 사용자의 0.4%에 불과한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전력량 사용 총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구조다.
한전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10월부터 300kWh 이상 산업용·일반용 전력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kWh당 최소 7.0원에서 최대 11.7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나머지 주택용·교육용·농사용 전력과 300kWh 미만 산업용·일반용 전력 소비자에 비해 최소 4.5원에서 최대 9.2원까지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는 것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르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물가 상승이지만, 일각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제조업 부문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11월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전기요금의 평균 원가 비중은 1.6%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1.5%, 석유정제 1.4%, 비금속 4.0%, 1차금속 3.2%, 자동차 0.8% 수준이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가격 시그널 기능이 정상화되면 기업의 에너지 효율이 개선돼 무역적자가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전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연간 전력 소비량을 10% 절감하면 에너지 수입액이 7% 감소해 상반기 무역적자를 59.0%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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