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확장·중소상권 침범' 우려도 제기…네이버 "여행사·사용자 모두 돕는 것"
세계 출장시장, 2026년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 관측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네이버가 기업 출장여행 서비스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플랫폼을 만든다. 내년 상반기 개설이 목표다.
네이버는 최근 다수의 국내 여행사들에 출장여행 서비스 플랫폼 입점을 제안했다고 6일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 출장에 필요한 여행상품 정보를 모아 제공하고 판매하는 일종의 포털 역할을 한다.
출장 기간과 장소 등 정보를 입력하면 예약 가능한 항공편과 숙소를 찾아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최적 코스와 일정을 구성해 제공하는 한편 민원에 대응하는 고객 만족(CS)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경비 처리도 영수증 광학문자판독(OCR) 인식 기술을 적용해 자동으로 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이 플랫폼이 특히 출장을 전담 관리하는 여행사를 두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출장 관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대부분 연간 계약 방식으로 전담 여행사를 두지만, 중소기업은 여행 건별로 계약하거나 출장자가 일반 여행처럼 스스로 항공권 등을 결제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아울러 플랫폼이 특히 중소 여행사의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 고객을 늘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서는 네이버 출장 여행 플랫폼에 입점하면 중개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중소 여행사의 '골목상권' 침범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빅테크 기업이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며 산업 생태계를 해친다는 비판과도 궤를 같이하는 지적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수수료를 매출의 1% 내외로 책정했다고 하는데, 여행사 수익은 항공권 판매 수수료 중에 몇 %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1%도 체감상 큰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실제 플랫폼에는 네이버의 개설 취지와 달리 중소 여행사보다는 대형 여행사들이 주로 입점해 출혈성 가격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을 만들면 기업 출장 서비스 비용이 모두 공개될 수밖에 없는데, 객실 등급과 식당 메뉴, 차량 수준 등에 따라 여행사마다 서비스가 달라 단순한 비교가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있다"면서 결국 저가 경쟁이 가속화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출장 여행의 수요와 공급을 플랫폼화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며 여행사에는 신규 매출원을 마련하고, 사용자에게는 출장 여행을 쉽게 비교·분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골목시장에 직접 침투하는 '네이버 여행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여행사와 여행자 양측을 도우면서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출장 여행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동시에 사업적 기회를 노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기업 출장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기업 출장 시장이 향후 수년간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업무여행협회(GBTA)가 지난 8월 73개국의 44개 산업 분야를 조사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출장비 규모는 2026년까지 1조4천억 달러(약 1천973조 원)로 성장해 지난 2019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점으로의 완전한 회복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 등으로 협회가 지난해 11월 예상한 2024년께보다 18개월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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