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바 허리케인 피해복구에 인도적 지원 검토"

입력 2022-10-06 17:23  

"美, 쿠바 허리케인 피해복구에 인도적 지원 검토"
WP, 美국무부 인사 인용 보도…"쿠바, 긴급 지원 이례적 요청"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미국이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Ian)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쿠바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미 국무부 고위인사를 인용해 양국 정부 간에 관련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번 협상이 허리케인 이언의 영향으로 쿠바가 섬 전체에 걸친 정전과 홍수 등의 대규모 피해를 겪은 뒤 지난주 미국에 이례적으로 긴급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나 어떤 종류의 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상은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50여 년간의 단절 끝에 쿠바 공산정권과의 외교 관계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시작된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의 일환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에서 후퇴했던 양국 관계 개선 노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쿠바에 대한 새로운 제재와 고립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까지 쿠바로 운항하는 미국 상업 항공편 증편을 허가하고, 쿠바계 미국인의 본국 가족에 대한 송금 제한을 완화하며, 특정 범주 미국 시민이 쿠바를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과 같은 소폭 관계 조정 조처를 했을 뿐이다.
쿠바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초까지 쿠바 서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 피해와 지난 8월 쿠바 석유 저장시설 대화재 이전부터 식량 및 연료 부족 등의 심각한 경제위기와 사투를 벌여왔다.
미국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요청은 쿠바 정부가 직면한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쿠바에선 수도 아바나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격렬한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해 7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정부의 폭력적인 대응으로 진압된 후 처음인 이번 시위는 주로 허리케인으로 인한 정전사태와 전반적인 경제난에 대한 불만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지역에 전력이 복구되면서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잦은 정전 사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주민들의 불만 여론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전의 미·쿠바 간 인도주의 지원 협상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쿠바는 예전에도 강력한 허리케인 피해 뒤 미국이 제안한 구호 지원을 거부했었다.
지난 8월 아바나 동쪽 도시 마탄사스의 연료 저장시설에서 대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미국이 기술지원을 제안했으나, 쿠바는 일부 소방 장비를 받는 것 외에 다른 지원 제안은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도 2005년 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덮친 뒤 재난 지역에 자국 의사들을 파견하겠다는 쿠바의 제안을 거절했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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