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레고랜드 ABCP 판매' 진상 파악…개인투자자 손실 우려

입력 2022-10-06 17:23  

금감원, '레고랜드 ABCP 판매' 진상 파악…개인투자자 손실 우려
증권사들, 50억~200억원 내외씩 매입한 뒤 개인 신탁·법인계정 편입
일부 증권사서 개인 고객 대상 불완전 판매 이뤄졌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채새롬 송은경 홍유담 기자 =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강원도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관련 리스크 현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증권사들이 해당 ABCP를 대거 사들여 개인 신탁계정과 법인 대상 계정 등에 편입하거나, 일부는 개인 고객을 상대로 직접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개인 투자자 손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강원도가 채무보증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문제가 된 2천50억원 규모의 ABCP로 인해 발생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했다.
중도개발공사(GJC)는 2020년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해 2천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이 물량은 강원도가 보증을 섰고 주관사를 맡은 BNK투자증권이 전액 인수해 시장에서 증권사들에 판매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신한투자·대신 등 국내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이 물량을 각각 50억∼200억원 내외 수준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물량이 개인 등 고객 계정에 대거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레고랜드 관련 ABCP를 개인 고객들이 맡긴 자금을 운용하는 신탁계정이나 법인 고객 계정 등에 편입해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대다수 증권사가 개인 신탁에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200억원 가량 물량을 받았는데, 개인 계정에는 없고 법인 전용에 편입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체 2천50억원 가운데 1천900억∼2천억원은 10개 이내의 증권사들이 신탁 등 계정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사 신탁계정은 법인이나 거액 개인 자산가들이 맡긴 자금을 굴리는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증권사 중 한 곳이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직접 소매(리테일) 판매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 고객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했는지 여부나 그 액수 등은 고객의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며 "다만 증권사는 고객이 어떤 자산을 편입하고 싶다고 할 때 중간 역할만 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ABCP 상품의 복잡한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신탁계정 편입에 동의하거나 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들이 고객 신탁 계정을 통해 운용한 경우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자산을 편입했다면 운용 지침을 어겼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또 개인 고객을 상대로 리테일 판매를 했다면 충분한 설명 없이 불완전 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레고랜드 관련 ABCP 사태로 인해 증권사 자체보다, 증권사를 통해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다만 D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강원도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강원도가 현재 계획대로 GJC에 대한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투자자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자산 매각 등의 구조조정 절차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채권이 탕감되거나 회수율이 낮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매각 작업이 장기화하면 채권자들은 상당 기관 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은 소송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 주 채권단 회의(총회)를 열기로 했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채권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며 "늦어도 다음 주에 총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yk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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