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바스나' 창립해 반체제 인사 지원에 앞장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에겐 '눈엣가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7일(현지시간) 올해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 벨라루스의 민주화와 인권 보호에 평생 헌신하면서 당국의 모진 탄압을 받아왔다.
벨라루스 문학 연구자 출신인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벨라루스에서 태동한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면서 이름을 알렸다.
벨라루스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그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1996년 '바스나'라는 단체를 창립해 투옥된 반체제 인사들과 그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는 한편 정권의 억압에 맞서왔다.
바스나는 이후 정치범에 대한 루카셴코 정권의 탄압과 고문을 기록하고, 항의하는 등 광범위한 인권 활동을 펼치는 벨라루스의 대표적인 반체제 단체로 떠올랐다.
1994년 처음 권좌에 오른 이래 헌법을 고치면서 6연임을 이어가고 있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럽내 대표적인 친(親) 푸틴 인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옛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 벨라루스 KGB를 동원해 핵심 반정부 인사들을 구금하거나 추방해온 루카셴코 대통령은 '눈엣가시' 비알리아츠키를 여러 차례 투옥하는 것으로 그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다.
그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에 계좌를 개설해 수감된 정치범들을 위한 후원금을 모으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2011년 11월 4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2년 반 만에 돌연 석방됐다.
루카셴코의 6연임으로 이어진 2020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에 항의하면서 이에 불복하는 야권의 시위가 불붙자 벨라루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비알리아츠키를 다시 감옥에 가뒀다.
그는 이후 제대로 된 재판도 받지 못한 채 현재까지 계속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이날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후 "비알리아츠키는 역경에도 불구하고 벨라루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 단 1인치도 굴복하지 않았다"고 경의를 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그러면서 그를 즉각 석방할 것을 벨라루스 정부 측에 요구했다.
벨라루스 야권 역시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반기면서 석방을 촉구했다.
벨라루스 야당 대변인은 "비알리아츠키가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구금돼 있다"며 "노벨상이 그와 다른 정치범 수천명의 석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권 인사인 파벨 라투슈코는 "이번 상은 비알리아츠키만을 위한 상이 아니라 벨라루스의 모든 정치범들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상이 우리 모두의 투쟁에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루카셴코의 독재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하리란 걸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조국의 민주화와 인권에 헌신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또 하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비롯해 유럽 여러 지역의 인권상을 수상했다. 그는 그동안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수차례 올랐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