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누리꾼도 발언 의도 의심"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대만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에 넘기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 대해 대만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9일 대만 중앙통신사(CNA) 등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담당 기관인 대륙위원회는 전날 "머스크는 단순히 기업의 투자이익을 고려해 민주국가를 전제국가의 특별행정구로 바꾸는 제안을 했다"고 비난한 뒤 "이 제안은 대만은 물론 어느 나라 국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은 지역의 민주정치와 세계 과학기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대만은 어떠한 상업적 거래의 산물이 아니고 이미 중국 공산당의 어떠한 제도적 안배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대륙위원회는 "대만은 반도체 등 첨단 과학기술 공급망 분야에서 오랫동안 테슬라와 협력했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머스크 등 기업인들이 대만과 교류하며 대만의 자유민주주의 발전을 이해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여당 민진당도 대변인을 통해 "머스크의 견해는 대만에 있어 국가 주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해칠 수 있다"며 "대만은 주권과 민주주의를 굳게 지키며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진당 소속 타이베이 시장 후보인 천스중도 "머스크는 성공한 기업가지만, 양안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는 더 공부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은 대만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누리꾼들도 머스크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머스크의 발언은 곧 중국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누리꾼들은 그가 중국에서 테슬라의 판촉을 위해 그러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한 누리꾼은 "그(머스크)는 자기 사업 이익의 대부분이 중국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썼다.
또다른 누리꾼은 "그는 사업가일뿐이다. 그는 중국이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은 머스크가 주장한 대만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제안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비현실적인 야심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 글로벌 인도량의 약 절반이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변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머스크가 해당 발언으로 대만과 미국으로부터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일 웨이보에 "머스크의 발언은 전쟁을 바라지 않은 재계의 일반적인 바람을 대변한 것이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세계의 기본적인 이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대만 민진당이 당신(머스크)을 증오할 것이고 많은 미국 의원과 정치 엘리트들이 그 제안을 싫어할 것"이라며 "그(머스크)가 이러한 정치적 견해를 밝힌 일로 향후 다소 곤란해질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머스크는 7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 제안은 대만을 위한 특별행정구역을 따져보자는 것"이라며 "홍콩보다는 더 관대한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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