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고강도의 반도체 장비·칩 수출통제 조치를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고성능 AI(인공지능) 학습용 반도체와 슈퍼컴퓨터용 칩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 특정수준 이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기술 판매를 사실상 금지시켰다. 미국은 군사적 용도로 전용 가능하고 인권탄압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조치의 이유로 댔으나, 최대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의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미중 간 갈등이 한층 심화하게 됐다.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에 대한 장비 수출은 개별적 심사로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이런 경우 허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조치 발표 이전부터 우리 측과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우리 우려가 사전에 전달돼 불확실성이 완화된 것이라면 다행이다. 다만 중국에 대한 첨단 칩 수출이 신규 통제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생각지 못한 불이익에 직면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발표 전 한미 간에 수출통제 당국, 외교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긴밀한 협의가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사전에 정보공유가 있었고,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우리의 입장도 충분히 전달해 왔으며, 우리 업계와도 긴밀히 소통했다고 한다. 설명대로라면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논란을 빚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보다는 더 적극적이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한 장비 공급 시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절차로 일정 부분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한미 수출통제 워킹그룹 개최 등을 통해 남은 우려가 조기 해소돼야 한다.
중국 반도체 시장 자체가 위축된다면 우리로서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세계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고 있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31.73%나 뒷걸음질 칠 정도로 시장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IRA 여파 탓인지 현대차 그룹의 9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이전 달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미국의 반도체 대중수출 통제 강화가 우리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정부와 관련 기업은 긴밀한 조율 속에 빈틈없이 대응해 나가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