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만 선방하고 마트·슈퍼·편의점 경기 기대감 일제히 낮아져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고물가·고금리로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통업 체감 경기가 두 분기 연속 급락하며 소비 둔화를 넘어 소비 냉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 분기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73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2002년 집계 이래 코로나19 충격으로 가장 낮았던 2020년 2분기(6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로, 2009년 1분기 글로벌 금융위기(73) 당시와 같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 RBSI는 99였다.
RBSI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모든 업태가 기준치(100)를 밑돈 가운데 백화점(97→94)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분위기에도 선방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의는 "백화점 고객층이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 등이 상대적으로 높아 경기 변화에 비교적 둔감한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의류 수요 증가, 가을 할인 행사와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대형마트(86→76), 편의점(103→60), 슈퍼마켓(51→48) 등은 경기 기대감이 크게 낮아졌다.
대형마트의 경우 고물가·고금리에 직접 영향을 받는 중산층 고객이 많아 고객 수 감소를 피할 수 없고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에 따른 사회 활동 증가로 내식(가정식)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반값 상품 등 최저가 상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지만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 조사에서 유일하게 기준치를 웃돌았던 편의점은 이번에는 업태 중 지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4분기가 편의점 비수기인데다 인건비 상승과 편의점 간 경쟁 심화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슈퍼마켓은 업태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온라인쇼핑(88→80)도 연말 특수, 이용자 증가라는 호재에도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비켜 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프라인 소매 유통의 수요 회복과 온라인 업체 간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는 경영 애로 요인으로 소비 위축(30.2%), 비용 상승(18.6%), 상품 매입 원가 상승(16.4%), 소비자물가 상승(16.0%) 등을 꼽았다.
소비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물가 안정(52.2%)을 가장 많이 꼽았고, 경기부양(16.2%)과 가성비 좋은 상품·서비스 확대(9.4%), 가격할인·판촉 행사 확대(6.0%)가 뒤를 이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와 같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쇼핑 행사 등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여주는 경제 활성화 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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