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집주인들이 경기 둔화 속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조기 상환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전했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침체 속 공사 중단 아파트 피해자들의 모기지 상환 거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다른 쪽에서는 이자 부담 속 20∼30년 장기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2018년 항저우시에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200만위안(약 4억원)을 대출한 이비인후과 의사 왕아키 씨는 지난 6월 35세 생일을 맞아 25년 상환 모기지를 마흔 살이 되기 전에 다 갚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모기지 이자가 5.1%"라며 모기지 조기 상환으로 이자 약 100만위안(약 2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식 시장을 비롯해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왕씨처럼 서둘러 모기지 조기 상환에 나선 이들이 많다고 SCMP는 전했다.
해리 후 S&P 글로벌 분석가는 "이러한 경향은 거시 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사람들이 능력이 될 때 채무를 줄이겠다고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부 은행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공상은행의 올해 상반기 모기지 조기 상환금은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난 2천600억위안(약 52조원)을 기록했다.
농업은행도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고객 일부가 각자의 금융 계획과 금융 투자 이익률 하락으로 모기지 조기 상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신규 중장기 모기지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54% 줄어든 1조9천700억위안이다.
마샹윈 창장증권 분석가는 "신규 주택 판매 감소와 모기지 조기 상환 증가로 신규 모기지 규모가 줄어들었다"며 "신규 모기지 감소 규모가 신규 주택 판매 감소보다 크며 이는 상당 수의 대출자가 모기지 조기 상환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침체가 경기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부상하자 중국 당국은 소득세 환급과 모기지 금리 인하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별 효과는 없어 보인다.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4.3%로 0.15%포인트 낮췄지만 많은 대출자가 모기지 조기 상환을 결심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이라 불리는 샤오훙수에서 지난 5일 현재 '모기지 조기 상환'과 관련한 게시글은 1만6천건 이상이다.
일부 은행은 모기지 조기 상환을 막으려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지난 8월 통신은행은 모기지 조기 상환을 하는 경우 대출 원금의 1%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해당 계획을 철회했다.
모기지가 많은 5개 은행 중 네개 은행의 모바일 앱에서는 7∼9월 모기지 조기 상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왕씨도 지난달 모바일을 통해 조기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후 하루 휴가를 내고 은행 창구로 가서 5만위안을 조기 상환했다.
그는 "은행이 우리의 조기 상환을 어렵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조기 상환 노력을 할 것이며 비상시를 대비해 돈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자금난에 처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다 말면서 분양 대금을 미리 낸 수분양자들의 모기지 상환 거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현재 모기지 상환 거부 현장은 119개 도시의 342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지 상환 거부 사태는 지난 6월 말 장시성 징더전의 헝다 주택 건설 현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중국 전역의 부동산 시장 위기로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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