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홍콩, 제재 도피처로 이용되면 국제금융센터 위상에도 영향"
홍콩 "안보리 아닌 다른 국가에 의한 일방적 제재는 이행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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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엔 미국과 홍콩 당국이 홍콩 빅토리아항에 입항한 러시아 재벌소유의 호화 요트 압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가 소유한 5억 달러(약 7천억원) 상당의 호화 요트 '노르'(Nord)가 수일 전 홍콩에 입항한 것과 관련, 서방의 제재 대상임을 내세워 압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홍콩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 철강업체 세베르스탈의 대주주인 모르다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의 제재대상에 올랐다.
포브스에 따르면 모르다쇼프 가족의 재산은 제재 이전 291억 달러(약 4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다수 사법관할권으로부터의 제재를 회피하려는 개인에 의해 홍콩이 도피처로 이용된다면 홍콩의 사업환경 투명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이어 국제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명성은 국제법과 국제기준의 준수에 달려 있다며 모르다쇼프의 호화요트 압류에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
노르는 전장길이 141.6m로 두 개의 헬기 이착륙장과 수영장 및 20개의 객실이 설치된 호화 요트로, 정박해 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출발해 1주일간의 항해를 거친 뒤 지난 5일 홍콩에 입항했다.
이와 관련, 홍콩 당국은 유엔 안보리가 부과한 제재는 이행하지만 다른 사법관할권에 의해 일방적으로 부과된 제재는 이행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 기업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이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홍콩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유의할 것을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그동안 제재대상에 오른 러시아 올리가리히가 소유한 10여 척의 호화요트를 압수했고, 러시아 올리가리히들은 제재를 피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튀르키예와 같은 국가로 피항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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