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보고서…"한국 내 설비 확충해야"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한국투자증권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한국 기업의 낸드 매출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11일 분석했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고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개별 기업이 아닌 특정 기술을 기준으로 중국을 겨냥한 포괄적인 고강도 조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판매를 사실상 전면 제한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소유한 외국 기업의 경우 개별 심사를 거쳐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005930]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SK하이닉스[000660]는 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 등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D램, 낸드 플래시 메모리칩과 관련해 미국의 기준을 초과한 제조 설비를 중국에 반입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채민숙·박상수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조치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이라며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대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반입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EUV 공정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 연구원은 "미검증명단(Unverified list·수출 통제 우려 대상)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웨이 제재 당시 화웨이 향 판매가 불가능해지면서 두 기업의 실적이 감소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다만 "중국 정부의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128단 낸드 재고 구매 독려에 따른 매출 감소 가능성이 있다"며 "YMTC 영향으로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매출이 일부 줄었는데, 이 경우 두 기업의 낸드 매출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웨이 제재 당시에도 중장기적으로는 타 고객 판매 증가를 통해 매출 차질이 회복됐던 것처럼 YMTC로 인한 매출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단기적일 것"이라며 "미국의 규제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중국의 대응이나 미국의 추가 제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중국의 반도체 개발과 시장 저변 확대를 지연시키는 것만으로 두 기업에는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계속 미중 갈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 내 반도체 생산 설비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임시방편이 아닌 중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