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묶여 미래 계획 차질"…일부 주주 "거래 재개 후 주가 급락 우려"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가 12일 신라젠[215600] 상장 유지와 거래 재개 결정을 내리면서 2년 넘게 투자자금이 묶여 있던 개인투자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라젠 주주들은 2020년 5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신라젠 주식을 2년 5개월 만인 13일부터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주주 이모(34)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데 자금이 묶이면서 지연되고 있었다"며 "이젠 속도를 내서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개인 자금으로는 3억원, 가족 구성원 투자 자금까지 합치면 10억원 정도를 신라젠에 투자해왔다고 한다. 신라젠은 상장 전 장외시장에서 형성된 시가총액이 1조원에 달하면서 2016년 말 기업공개(IPO) 당시 '대어'로 주목받았다. 이씨는 "상장 전부터 투자해왔던 터라 고점도 겪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도 견뎠다"고 했다.
앞서 2020년 5월 4일 검찰이 신라젠 이용한(56) 전 대표 등 경영진을 배임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신라젠 주식은 당일 오후 5시 43분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이씨를 비롯한 주주들은 손쓸 새도 없이 신라젠 주식 투자에 들어간 투자금이 묶이게 됐고, 주식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거액의 손실을 떠안게 될 수도 있어 가슴 졸이는 나날을 보내왔다.
이씨는 "거래 정지 이후 우울증도 오고 대인관계에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며 집안 분위기도 안 좋아졌다"면서 "결혼 등 계획의 실행 시기가 늦춰지다 보니 걸림돌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6만5천483명이며 이들의 지분율은 66.1%에 이른다.
거래 정지 직전 마지막 거래일 주가는 1만2천100원이었으며 시가총액은 현재 1조2천446억원이다.
일부 투자자는 거래가 재개되는 즉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최근 거래가 재개된 코스닥 상장사 휴엠앤씨[263920]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큐리언트[115180]도 거래 재개 이후 첫 이틀간 주가가 16∼18% 급락했다.
거래 정지 전 신라젠 주가가 하락세였다는 점도 이런 걱정을 더 하는 요인이다.
신라젠은 항암치료제 '펙사벡' 임상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해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섰으나 2019년 8월 펙사벡 임상 중단 소식이 전해진 뒤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만 보유 주식 수가 많은 투자자 대다수는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우상향할 것"이라며 희망을 거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 년간 월급을 모은 돈 5억여원을 투자했다는 신라젠 주주 김모(47) 씨는 "신라젠은 2019년 8월 펙사벡 임상 중단 사태가 터지고 나서 들어온 주주들이 많다"며 "내일(13일) 그런 물량들이 나오면 주가가 많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장기간 신라젠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평균 매입 단가가 수만 원대여서 쉽게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주주 지분 보호예수가 걸려있다는 점 등에서는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주는 "펙사벡 외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라는 개선 요건을 충족해 거래 재개가 결정된 것인 만큼 충분히 주가가 상승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라젠 소액주주 1천74명은 배임·횡령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경영진과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약 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거래 재개 결정이 난 뒤에도 소송을 계속 진행할지 검토하고 있다. 신라젠 주주연합 관계자는 "주주들의 의견을 모으는 중"이라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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