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파시스트 경례로 코로나 예방" 주장했던 인물
전진이탈리아 의원 대부분 투표 불참…갈등설 '모락모락'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파시즘 창시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숭배하는 극우 정치인 이그나치오 라 루사(75)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새 상원의장에 선출됐다.
라 루사는 의회 개원일인 이날 상원의장 투표에서 재적 187명 의원 중 186명이 투표한 결과, 116표를 얻어 상원의장에 당선됐다.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지난달 25일 치러진 총선을 통해 새롭게 뽑힌 200명과 종신 상원의원 6명을 합쳐 총 206명이다.
라 루사는 상원의장 당선에 필요한 과반 104표를 넉넉하게 넘기며 이탈리아 내 권력 서열 2위인 상원의장에 올랐다.
그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때인 2008∼2011년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2012년에는 조르자 멜로니와 함께 이탈리아형제들(Fdl)을 창당했다.
멜로니는 2014년 Fdl 대표로 선출된 뒤 이번 총선에서 Fdl를 원내 1당에 올려놓으며 이탈리아 차기 총리를 예약했다.
라 루사는 이탈리아 내에서 무솔리니 숭배자로 통한다.
그의 아버지인 안토니오는 1940년대 무솔리니의 국가파시스트당(PNF)에서 당 비서를 지냈고, 종전 이후에는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가담했다. Fdl의 전신이 바로 MSI다.
라 루사는 2018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산하 방송사인 '코리에레 TV'와 자택 인터뷰를 할 때 무솔리니 소형 동상 등 파시스트 기념품을 자랑해 논란을 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를 덮친 2020년에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해 빈축을 샀다.
그는 당시 자신의 트위터에서 "누구하고도 악수하지 마라.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면서 "로마식 경례를 사용해라.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을 막는 방법"이라고 썼다.
로마식 경례는 전방 45도 각도로 팔을 쭉 뻗어서 하는 경례법으로 무솔리니 통치 시절, 이 경례법이 널리 쓰여 '파시스트 경례'로 불린다. 독일 나치식 경례와도 흡사하다.
이번 상원의장 투표에선 Fdl와 함께 총선 승리를 합작한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상원의원 16명이 투표에 불참해 눈길을 끌었다.
전진이탈리아 소속 상원의원 중에는 대표인 베를루스코니와 마리아 엘리사베타 카셀라티 2명만이 투표에 참여했다.
라 루사는 상원의장에 선출된 뒤 베를루스코니에게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했지만, 베를루스코니는 대화 끝에 책상을 내리치며 흥분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베를루스코니가 라 루사에게 욕설을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상·하원 의장을 비롯해 주요 각료 인선을 놓고 우파 연합의 갈등이 극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하원의장 투표는 3차 투표까지 진행됐지만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어 14일 4차 투표가 이어진다.
하원의장은 1∼3차 투표까지는 3분의 2 이상인 267표를 얻어야 하지만 4차 투표부터는 과반인 201표 이상만 얻으면 당선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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