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영향 전망은 엇갈려도 '불가피한 흐름'엔 공감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넷플릭스가 저가형 광고 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도 저마다 시장 분석에 나서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저가형 광고 요금제란 콘텐츠에 광고를 포함하는 대신 기존 요금제보다 월정액을 낮춘 요금제다.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도입설은 꾸준히 있었는데, 1·2분기에 유료 구독자가 계속 큰 폭으로 줄어들자 경영진이 내린 결단이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도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으며, 애플TV플러스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OT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가 얼마나 수익성을 낼지 판단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단위로 보면 국내 광고시장 규모는 제한적인 편이기 때문에 수익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국내에서도 미디어 광고시장이 온라인으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에 공략에 나선 것이라 승산이 있어 보인다는 예측이 엇갈린다.
국내 한 주요 OTT 업체 관계자는 14일 "이번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국내 광고 시장은 규모가 한정적이라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요 OTT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유튜브나 포털 쪽으로 광고시장이 많이 이동했고, 그 수입이 만만치 않다"며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도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엇갈리는 전망에도 OTT 업계의 광고 요금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에는 대다수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광고 기반 OTT는 이미 성행하고 있고, 주요 업체들이 도입을 검토하는 사업 모델이다. 특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들은 인구가 많은 저소득 국가가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저가형 요금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는 구독자 기반 서비스인데 현재 포화상태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투자는 계속해야 하니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광고 요금제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넷플릭스는 '광고 없이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차별화 전략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고민은 컸을 것이라고 정 평론가는 짚었다. 그러나 OTT가 더는 특별한 플랫폼이 아닌 TV 등 전통 매체만큼이나 일상적인 것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러한 전략을 포기해도 될만한 유인이 생겼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OTT가 일상적 플랫폼이 되면서 광고 요금제를 한다고 해서 구독자들이 옛날 플랫폼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또 기확보된 구독자가 많다는 건 광고주들에게도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광고 요금제 액수를 5천500원으로 책정했다. 기존 베이식 요금(9천500원)보다 4천 원 저렴해 구독료 인하 효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정 평론가는 "시간당 평균 4~5분의 광고를 보는 것보다 일부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부분에 구독자들이 민감할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가 광고 요금제 효과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가족 외 계정공유를 차단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저가 이용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미 '4인팟'을 구해서 3천 원 안팎에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OTT 업계에서도 티빙 등이 광고 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당장 실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중론이다.
사업 다각화를 고민하겠지만 아직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에 집중할 시기라 적극적인 검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요 OTT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들의 광고 요금제가 새로운 수익 모델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국내 업체들도 동남아 등 국가에서 사업을 펼칠 때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로 대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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