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음악 통해 범죄 노출" vs "모든 문제 원인을 음악으로 돌리나"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가 TV·라디오에서 '범죄 미화 콘텐츠'나 욕설을 방송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자메이카 방송 규제 당국은 마약과 폭력, 사기, 총기사용과 같은 범죄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음악 및 콘텐츠의 방송을 금지하기로 했다.
당국은 "공중파에서 범죄 행위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방송하는 것은 '자메이카 사회와 문화에서 범죄가 용인된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규제 이유를 밝혔다.
또 불쾌감을 주는 콘텐츠는 감성이 풍부하고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범죄를 일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욕설이나 욕설에 준하는 단어도 TV·라디오에서 내보낼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 음악인들은 이런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떨어진다며 당국을 비판했다.
자메이카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로미히는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창작자(아티스트)가 주변에서 보거나, 보고 자란 것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메이카가 어린이가 있는 유일한 나라인가"라고 묻고, "다른 나라에 사는 아이들도 같은 노래를 듣는다"고 반박했다.
'디 지니어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그래미상을 받은 음악 프로듀서 겸 가수 스티븐 맥그레거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당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2022년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 중에 라디오를 찾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내 생각에 (방송 규제 당국이) 실제로 무엇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기억하는 한 자메이카에서 음악은 항상 모든 것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고 말했다.
자메이카가 음악 콘텐츠 규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 자메이카에서 성행위를 암시하는 춤인 '대거링'이 유행했을 때 당국은 '섹스, 폭력, 살인, 방화 등을 조장하는 음악 방송'을 금지한 바 있다.
당국은 성명에서 논란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려는 필요하지만, 범죄를 조장하는 콘텐츠는 '책임방송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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