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국방장관 "러, 핵무기 사용하면 금기 깨는 것…국제적 고립 자초"
EU 외교수장 "핵 대응은 안 하겠지만 러시아군 전멸할 것" 경고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윤종석 기자 =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해도 핵 반격을 하지 않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12일 프랑스2 방송과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한다고 해도 '세계 대전'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상대로 핵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 원칙은 국가의 근본적 이익에 기초를 두고 있다"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 공격을 가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리스 장관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마크롱 대통령이 전략을 노출했다"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핵무기 사용에 관해 1945년에 설정된 금기를 깨는 게 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립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처음 사용했다. 이후 핵 보유국들은 핵무기를 실전에 쓴 적이 없다.
영국과 미국, 나토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신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나토 관계자들도 텔레그래프에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핵 억지력 원칙'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는 (대응) 시나리오에 대해 자세하게 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게 어떤 핵무기가 됐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확히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겠지만, 핵무기 사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매우 중요한 선을 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모호한 태도에서 한발 벗어나 핵무기로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군을 전멸시키겠다는 강경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브뤼셀의 한 대학에서 한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핵 공격에 응답이 있을 것"이라며 "그 대응이 핵 공격은 아니고 다른 강력한 대응이 되겠지만, 러시아군은 전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핵 위협을 하며) 엄포가 아니라고 했는데, EU와 미국, 나토 회원국들도 똑같이 엄포가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강력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구체적인 대응계획은 밝히지 않은 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치명적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러시아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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