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2024년 사우디 미술관에 전시되나

입력 2022-10-14 17:02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2024년 사우디 미술관에 전시되나
마틴 켐프 교수 "사우디로 와서 작품 살펴봐 달라고 초청받았다"
"사우디 왕세자 MBS가 소유자인 것으로 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사상 최고가로 거래된 미술품이며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그림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가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 왕가가 열기로 한 미술관에 전시될지 주목된다.
'구세주', 즉 '세상의 구원자'라는 뜻의 제목을 지닌 이 작품은 2017년에 뉴욕에서 역대 최고가인 4억5천만여 달러(6천426억원)에 팔린 후 자취를 감췄다. 이를 사들인 실소유주가 'MBS'라고 흔히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라는 미확인 보도가 나중에 나왔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다빈치 전문가인 마틴 켐프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사우디를 방문해 이 그림을 살펴봐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앞서 켐프 교수는 이 그림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이라는 감정 결과를 내놓아 이 그림의 시장 가치 급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켐프 교수는 '사우디 정권의 악행' 탓에 사우디로 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면서도, 만약 이 그림이 '빛을 보게 하고'(bring into the light), '신선한 공기를 쐬도록 하는 데에'(out into the fresh air) 도움이 된다면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술관을 건립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우디 당국이 이 그림을 미술관에 전시하려고 계획 중일 개연성을 시사했다.
사우디는 북서부 알울라의 사막 계곡에 '와디 알판'(예술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은 수백㎢ 규모의 전시공간 등 초대형 예술시설 단지를 건립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켐프 교수는 현재 이 그림의 소유자에 관한 질문에 "내가 가진 최선의 정보에 따르면, 이게 100% 믿을만한 게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무함마드 빈 살만의 소유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그림이 다빈치의 작품인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켐프 교수는 이 그림에 대해 "레오나르도(다빈치)의 원본이라고 확신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그는 이 그림이 꽤 손상됐기에 이 그림의 모든 필치가 레오나르도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는 말할 수가 없다며, 이 작품에서 똑같은 기하학적 모티프를 그리는 일부 반복적 붓질은 다빈치가 조수에게 맡긴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빈치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린 '살바토르 문디'라는 그림을 제작했다는 것은 당대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그림 원본이 사라졌고 다른 사람이 베껴 그린 판화 등으로 간접적으로만 전해지는 것으로 수백년간 여겨져 왔다.
2021년에 개봉된 덴마크 영화감독 안드레아스 코에포에드의 다큐멘터리 영화 '잃어버린 레오나르도'(The Lost Leonardo)에 따르면 이 그림은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경매에 나와 1천175달러에 낙찰됐다. 당시 이 그림은 심하게 덧칠이 돼 있었으며, 다빈치의 제자 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1466년께∼1516)가 그린 것으로 여겨졌다.
이를 사들인 미술상들은 이 그림이 다빈치가 그린 원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문가들에게 맡겨 몇 년에 걸쳐 복원 작업을 했다. 2011년 말부터 2012년 초까지 영국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는 이 작품을 다빈치의 것이라고 감정하고 전시했다.
이 작품은 2013년 뉴욕 소더비의 중개로 8천300만 달러에 직거래로 스위스 미술상에게 팔린 뒤 다시 러시아 수집가에게 1억2천700만 달러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미술상이 커미션을 과다하게 챙겼다며 수집가와 이전 소유주들이 미술상과 소더비 등을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이 그림은 2017년에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뉴욕에서 전시된 후 2017년 11월 15일에 뉴욕 크리스티에서 4억5천31만2천500 달러에 팔렸다. 작품 낙찰가만 따지면 4억 달러였고 나머지는 수수료였다.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의 바드르 빈 압둘라 왕자가 이를 낙찰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이 작품을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하려는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를 대리해 낙찰받은 것이라고 크리스티 측이 밝힌 바 있다.
2018년 9월에는 루브르 아부다비에 이를 전시하겠다던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2019년 6월에는 홍해에서 항해 중인 무함마드 왕세자의 요트에 이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파리 루브르는 2019년에 이 그림을 다빈치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모나리자'와 함께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소속 학예사들이 이 그림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직접 그린 작품, 즉 조수들의 도움을 최소한으로만 받고 대부분을 직접 그린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획을 중단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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