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강도 긴축에 강원도 보증채무 미상환까지…투자심리 급랭
비우량등급 채권에 정책금융기관 매입 프로그램 확대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이지헌 오주현 기자 = 금융당국이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에 이어 채안펀드까지 준비될 경우 사실상 금융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과 미국 물가 지표 악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20조원 규모로 조성을 추진해온 채안펀드의 재가동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 펀드는 2008년 10조원 규모로 처음 조성됐고 회사채 수요를 늘려 채권시장 경색을 막는 용도로 사용됐다. 이후 2020년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보다 10조원 늘린 20조원을 최대 목표로 다시 조성됐다.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조성 후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3조원 가량을 모집해 투자를 집행했고 현재 1조6천억원이 남아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을 봐가며 채안펀드 약정을 다시 체결해 재가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코로나19 당시 이미 시장 안정 메커니즘을 많이 만들어놨는데 안 쓴 것들이 있다"면서 "이런 것들의 재가동을 준비하는 게 일차적인 준비 방안"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채안펀드가 재가동되면 기존에 남은 1조6천억원으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우선 재개하고 부족할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은행, 증권사 등이 추가 출자하는 재약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안펀드 재가동은 '캐피털 콜' 방식에 매입 대상은 우량 회사채와 우량기업 CP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안펀드는 기본적으로 우량 회사채가 지원 대상이지만,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채안펀드 재가동을 검토하는 것은 금리 상승 기조로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 여파로 채권 투자기관 사이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진 분위기도 반영됐다.
지난 9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3천440억원으로 집계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올 초 1월(8조7천710억원)과 비교해선 39.1%, 지난해 같은 기간(8조4천950억원)에 비해서도 37.1% 급감한 규모다.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회사채(신용등급 AA-) 3년물 최종호가 수익률은 연 5.3%대로 오른 상태다. 연 4% 언저리였던 8월 초 대비 두 달여 만에 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채안펀드 재가동 검토에 들어감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안펀드 재가동 시 CP도 매입할 예정이어서 단기자금 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레고랜드 ABCP 이슈로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된 상황"이라며 "채안펀드가 재가동된다면 현재 냉각된 투자 심리를 완화하는 지원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우량등급 채권은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경우 기업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높여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져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우량등급 회사채와 CP 매입 여력을 기존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해 자금난에 처할 수 있는 저신용 기업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권 시장 안정을 위해 10조원 수준의 증안펀드도 신속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증안펀드는 증권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을 때 시장 안정을 위해 투입할 목적으로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마련한 기금이다.
증안펀드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금융당국이 10조원을 넘는 규모로 조성했으나, 주가가 반등해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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