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디아 공원 인근 바 하버, '하루 1천명만 크루즈 하선' 주민투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북동부 유명 휴양지의 한 항구 마을이 크루즈 여행객 수를 제한하기 위한 투표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인주 데저트섬의 바 하버는 크루즈에서 항구에 내릴 수 있는 여행객 수를 하루 1천 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11월 8일 치른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관문 역할을 하는 바 하버에는 모두 4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들이 매일 입항한다. 이로 인해 인구 5천200여 명의 작은 항구 마을이 넘치는 관광객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카디아 국립공원에서 단풍 여행이 절정을 이루는 9∼10월에는 더욱 많은 방문자가 몰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보복 여행'이 많아지면서 올해 모두 167척의 크루즈가 바 하버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작년에도 400만 명이 방문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주민투표 청원 운동에 앞장선 72세 투자자 찰스 시드먼은 WSJ에 크루즈 승객들로 작은 마을이 심한 정체를 겪고 있다며 "관광은 좋은 일이지만 좋은 일도 지나치면 나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컨설팅기업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답변한 주민의 절반을 살짝 넘는 수가 크루즈 여행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대형 크루즈선의 환경 영향을 우려하는 주민 재키 레비스케(68)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서는 더 작은 배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 하버 지방정부는 올해 크루즈 업계와 9∼10월 월간 여객 수를 6만5천 명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하는 등 해결 노력에 나섰으나,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반면 관광객들에 의존하는 지역 업계에서는 크루즈 여객 제한 추진은 "너무 극단적인 조치"라는 반발도 나온다고 상공회의소 측은 전했다.
이 마을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 로빈 라이트는 최근 대형 크루즈선이 들어온 날 하루 157개의 랍스터롤을 팔았다면서 "우리는 크루즈선의 스케줄에 따라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고 말했다.
메인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도 환경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크루즈에서 내리는 승객 수를 하루 1천 명으로 제한하는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지만, 투표를 제안한 시민들이 최근 노조와 합의한 뒤 찬성 의사를 철회해 동력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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