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 투옥 장소로 악명 높아…이란 관리 "반정부 시위와 관련 없어"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정치범들이 투옥된 이란 교도소에서 총성이 들리고 화재가 발생해 최소 8명이 다쳤다.
AP·로이터통신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밤 수도 테헤란 북부 에빈교도소에서 불이 나 하늘 위로 연기가 솟구치고 교도소 주변에서 총성과 경보음이 들렸다.
이곳에는 '히잡 의문사' 반정부 시위 중 체포된 시위대 수백 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사건이 반정부 시위와 관련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1500tasvir)는 트위터에 에빈교도소 화재 영상을 올리면서 "지금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 큰 화재와 총격이 일어나고 있다. 에빈교도소는 정치범을 수용하는 곳이다. 우리는 대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재 이후 인근 거리에서 벌어진 시위를 찍은 한 영상에서는 이란에서 '히잡 의문사'를 계기로 지난 4주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주요 구호인 '독재자에게 죽음을'이 들렸다.
AP통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경찰이 에빈교도소로 가는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차단했으며, 교도소 인근에서 강력한 폭발음이 최소 3차례 들렸다고 전했다.
오토바이를 탄 전투경찰과 소방차, 구급차가 교도소로 향했고, 교도소 인근 주요 도로에서는 차량을 몰고 온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에 대한 연대 표시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이 지역에서 인터넷이 차단됐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교도소 관계자를 인용해 에빈교도소 한 건물에서 재소자와 교도소 직원 간에 충돌이 있었으며, 재소자들이 죄수복으로 가득 찬 창고에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IRNA는 최소 8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교도소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폭동자'를 다른 재소자와 분리했다면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고 "상황이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알리 살레히 테헤란 검사는 에빈교도소에 '평화'가 돌아왔다면서 이번 소요사태가 지난 4주간의 반정부 시위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에빈교도소는 이란 당국이 정치범이나 반정부 인사를 가둬온 곳으로 반인권적 처우로 악명이 높다. 이 교도소에는 정치범 외에도 언론인, 이중 국적자를 포함한 외국인 수감자도 많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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