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대대적 공격 다시 나설까…"겨울 오기 전 위험 고조"

입력 2022-10-16 11:01   수정 2022-10-17 18:23

러, 우크라 대대적 공격 다시 나설까…"겨울 오기 전 위험 고조"
러 고전 속 최전선 사수…우크라는 수복세 유지 의지
어제도 키이우·자포리자 기반시설 공격…정전 외 큰 타격은 없어
서방, 우크라 무기 지원 약속…프, 우크라군 최대 2천명 훈련키로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크림대교 폭발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겨울 추위가 닥치기 전 길목에 있는 향후 몇 주간이 전쟁의 향배를 가를 중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지상전을 펼치기 어려운 겨울이 오기 전 승기를 잡기 위해 전투 강도를 끌어올리면서 위험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정보전 전문가인 키어 가일스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라고 설득력 있게 묘사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먼 전망처럼 보이다가 이제는 훨씬 그럴듯해졌다"며 "러시아의 대응은 더욱 고조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사수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
지난 10일 단행한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성 조치이기도 하지만, 러시아가 앞서 지상전에서 잇따라 밀리면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전세를 뒤집기 위해 나선 반격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군 고위관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르키우, 도네츠크, 헤르손 지역에서 9월 말 이후 120개의 정착촌을 탈환했다.
특히 헤르손에서는 탈환 공세가 거세 러시아는 현지 주민을 대비시킬 준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길목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림반도 수복'을 공공연히 내세워 왔다.
이런 전황은 우크라이나가 공격 방어를 넘어 영토를 수복할 수 있음을 서방에 보여주는 것이어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사미르 푸리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는 겨울이 오기 전에 최전선의 붕괴를 막기 위해 호각을 불고 있다"며 "그들이 전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다면 큰 성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15일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남동부 자포리자의 에너지시설을 공격했다.
키이우 주변의 한 시설은 미사일 1발에 심각한 피해를 입어 도시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자포리자 시설들은 미사일 10대와 자폭용 드론 4대가 동원된 공격에도 큰 피해는 없었다고 영국 언론 가디언은 전했다.
10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 기반시설 겨냥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전력 수출을 막아 올겨울 유럽에 에너지 위기를 확산하려는 노림수로 분석된다.
러시아는 동맹국인 벨라루스의 도움을 받아 확전을 감행할 수도 있다.
벨라루스 현역 군인은 4만5천명에 불과하지만, 벨라루스가 참전할 경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북부 전선이 새로 열리게 되는 셈이어서 러시아에서 탈환한 북부 하르키우 방어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
벨라루스에는 15일 양국 연합군 결성을 위한 첫 러시아군이 도착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국경 방어를 강화하는 게 이들의 역할이라고 밝혔지만, 서방에서는 벨라루스의 우크라전 참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 원조로 점령지 탈환에 속도가 붙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속한 무기 지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최근 독일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독일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이리스-T' 시스템 4기 중 1기가 도착했고, 미국은 '국가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NASAMS) 8기를 보낼 예정이다.
미국은 14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를 포함해 최대 7억2천500만 달러(약 1조 458억원)의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미사일 요격 능력은 서방의 지원으로 향상됐는데, 추가 지원이 이뤄지면 국내 에너지 시설을 방어하면서 점령지 탈환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프랑스 해외영토부 장관은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 최대 2천명을 자국에서 훈련하고, 방공 시스템과 세자르 자주포 6문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군인들은 몇 주간 프랑스에서 서방이 제공한 무기의 사용법을 집중적으로 교육받고 전장에 다시 투입될 예정이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미사일을 활용하는 공중 폭격을 계속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제재로 미사일을 만들 수 있는 반도체 등 핵심 물자를 들여오지 못하면서 탄약 고갈 상태를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성능 미사일이 고갈되고 있어도 재래식 무기는 여전히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목표가 뚜렷한 만큼 전쟁이 이번 주 중요 분기점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일스는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길 원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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