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재난대응 부실 논란…복구 빨랐던 네이버와 대조

입력 2022-10-16 13:28   수정 2022-10-16 15:42

카카오, 재난대응 부실 논란…복구 빨랐던 네이버와 대조
IT업계 "장애 장기화 납득 어려워"…"국민 메신저 책임감 느껴라" 주문 잇달아
IT 보안업계서는 데이터센터 범정부 보호 조치 주문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오규진 기자 = 카카오톡 등에서 15일 오후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카카오[035720]는 실시간 데이터 백업체계와 재난 장애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카카오 서버가 입주한 SK 주식회사 C&C 데이터센터의 SK 판교 캠퍼스 화재가 서비스 장애의 1차 원인이긴 하지만, 하나의 데이터센터 전기실에서 난 불로 카카오의 대다수 서비스가 18시간 넘게 오류를 빚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16일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IT 서비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을 통해 비상사태에 대비한다. 한 곳이 화재나 지진, 테러 등으로 작동을 멈춰도 다른 센터에 백업된 데이터로 서비스를 즉각 재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한 IT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유지 비용이 드는 미러사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핫사이트가 제대로 갖춰졌으면 몇 시간 안에는 복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러사이트'는 한 서버가 가진 데이터를 그대로 복사해 보유한 서버를, '핫사이트'는 시스템 장애를 대비해 서버와 데이터 등을 미리 설치해둔 백업 사이트를 뜻한다.



화재 직후 데이터센터의 전원 공급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화재 발생 3분 뒤인 15일 오후 3시 22분 SK C&C 데이터센터 서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된 것이 먹통 사태로 이어졌다.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당시 전원 공급을 차단한 것이 소방당국이 일괄적으로 한 것인지, 입주한 업체들에 연락해서 서버를 모두 수동으로 꺼달라고 한 건지 의문"이라며 "서버들은 안전장치가 돼 있어서 쉽게 고장 나지 않아 사실 전원공급 시작하면 곧 복구가 이뤄지겠다 싶었다. 갑자기 컴퓨터를 끄면 고장이 날 수 있는 것처럼 복구 완료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화재 직후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고, DR(재난 복구) 훈련도 했지만, 이번처럼 데이터센터 하나가 한꺼번에 전원이 내려간 적은 처음이라 대응이 늦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만 이중화를 해 복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설이 온라인에서 퍼지자 "다른 데이터센터를 이용한 것이며, 현재 서비스가 일부 복구된 것도 그 덕분"이라면서 "다만 다른 데이터센터 위치나 관리 서비스 등은 보안 문제로 대외비"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의 이번 오류 사태는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둔 네이버와 비교돼 더욱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네이버에서도 일부 서비스 장애가 있었지만, 카카오처럼 전방위적으로 발생하지는 않았고 15일 밤까지 대부분 복구가 완료됐다.
주요 서비스의 이중화와 서비스 컴포넌트 분산 배치·백업 덕에 영향이 적었다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춘 것도 서비스 장애 최소화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 서버를 2013년 지은 춘천의 자체 데이터센터 '각'에 두고 있고, 세종에 짓는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안산)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처럼 천재지변 수준의 문제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며, 카카오 정도 되는 큰 회사가 데이터 이중화와 분산 처리가 어렵다는 말도 기술자 커뮤니티에서는 나온다"면서도 "이번 기회로 '국민 서비스'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IT 보안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센터 등 기반시설 보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시큐리티대응센터(ESRC) 센터장(이사)은 "화재로 예기치 않게 데이터센터 입주업체가 알려졌고, 해커들이 포털사를 공격하면 대한민국에 이렇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학습한 상황"이라며 "민간 업체 서비스지만 대국민 서비스기에 범정부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전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장애가 이어져 약 10시간을 넘긴 후에야 일부 기능이 복구됐고, 이날 오후 1시 25분 현재까지도 아직 완전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이는 카카오톡이 서비스된 지 12년 만에 최장기간 서비스 장애다.
sh@yna.co.kr, acd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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