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이후 총 133명 숨져…'반정부 인권활동가' 대리인 다수 포함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필리핀에서 변호사들이 살해 또는 협박을 당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AP통신에 따르면 '시민을 위한 변호사협회'(NUPL)는 전날 열린 콘퍼런스에서 지난 1984년 이후로 변호사 133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 중 59명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에 피살된 변호사들 중에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체포된 용의자들의 법률 대리인들을 비롯해 공산 반군과 연계된 자들이 다수 있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전국 단위의 마약 범죄 소탕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6천 명이 넘는 용의자들이 숨졌다.
또 일부 사건의 경우 정부에 맞서 활동해온 인권 활동가의 법률 대리인들을 상대로 자행됐기 때문에 공권력이 범행의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변호사 피살 사건은 용의자 체포에 실패하는 등 미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NUPL은 소셜미디어상에서 변호사들을 허위로 비방하거나 테러리스트 또는 공산당이라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취임한 이후에도 변호사들 뿐 아니라 판사들에 대한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마닐라 법원의 한 판사는 공산당과 산하 무장조직을 테러단체로 규정해달라는 정부의 신청을 기각했다가 전직 반군 진압 관료로부터 협박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법원은 해당 전직 관료에게 경위를 해명하지 않으면 법정 모독으로 벌금이나 징역형을 선고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창설된 NUPL은 재야 성향의 단체다.
두테르테 재임 기간에 변호사 피살 사건이 잇따르자 2019년 마닐라 법원에 보호영장 발부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자 대법원에 이의 신청을 낸 상태다.
에드레 올라리아 NUPL 회장은 "변호사들에 대한 공격이 권력을 남용하는 정부 관료 및 군경 인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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