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제조업체 2천172곳 자금사정 조사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로 은행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많아진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의 자금 사정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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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천172곳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기업의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은행·증권사 차입'(64.1%)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내부 유보자금(23.9%), 주식·채권 발행(7.1%) 등을 통해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4곳 중 1곳꼴에 불과했다.
자금 운용상의 주요 리스크 요인(복수응답)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73.3%), 고환율로 인한 외화차입 부담 증가(25.2%), 자금조달 관련 규제(18.3%) 순이었다.
자금 운용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매출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제한(63.7%), 생산비용 증가(57.5%), 고금리 부담(43.6%)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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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늘어난 자금조달 수단(복수 응답)을 묻자 응답 기업의 64.4%가 은행·증권사 차입을 선택했고, 내부 유보자금 활용(32.2%), 정부지원금(17.0%) 등이 뒤를 이었다. 주식·채권 발행을 꼽은 기업은 3.3%에 불과했다.
실제로 최근 회사채 발행 규모는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올해 1분기 12조9천50억원, 2분기 8조8천975억원, 7∼8월 4조6천135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더라도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기 3년 BBB- 회사채 금리는 올해 1월 초 8.5%에서 이달 초 기준 11.1%로 2.6%포인트(p) 상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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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단기채무 지급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현금흐름보상비율도 1년 전보다 급락했다.
대한상의가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제조업 상장사 897곳의 분기별 현금흐름보상비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현금흐름보상비율은 45.6%로 작년 2분기와 비교해 43.8% 감소했다.
이는 영업활동 현금유입이 48조9천억원에서 31조2천억원으로 36.2% 감소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60조8천억원에서 71조4천억원으로 17.4% 늘어난 결과다.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한 올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43개국 중 15위로, 2017년(19위)보다 4계단 높아졌다.
2017년 92.5%였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115.2%로 22.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비교 대상국 중 2위에 해당하는 증가세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제는 투자위축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갭을 줄이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금융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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