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더 생산적" vs "사무실 근무가 효율적"…인식차 '극과극'
"출근 강요하면 사표"…최저 실업률·구인난에 목소리 높이는 직원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원격 근무'에 대해 직원들과 회사간 인식의 격차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조사가 있다.
올해부터 주 50% 오피스 근무를 방침으로 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전 세계 2만 명의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가 얼마나 생산적이었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약 9명(87%)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사무실보다 더 생산적이라고 답했다.
관리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응답한 매니저들 가운데 자신의 팀이 원격으로 근무할 때가 더 생산적이었다고 답한 이는 10명 중 1명 남짓(12%)에 불과했다. 반대로 대부분(88%)의 매니저는 팀 효율이 비슷하거나 더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직원들과 관리자들의 생각이 극과 극인 것이다. 직원들이 원격 근무를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탓에 출근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효율성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거두지 못하는 회사측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메타처럼 아예 원격 근무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기업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MS의 조사처럼 원격 근무에 불안함을 느낀다.
직원들이 일에만 집중하지 못해 느슨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효율이나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이 각각 4월과 9월부터 오피스 근무를 기존 주 2회에서 주 3회로 늘리고, 테슬라가 매일 출근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 한 엔지니어는 "회사에서는 원격 근무가 장기화하면 능률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은 것 같다"며 "그래서 매일 출근했던 팬데믹 전으로 돌아가려고 희망하는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로서는 사무실 근무가 설령 생산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당장 그것만을 내세워서 예전처럼 출근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분위기인 게 현실이다.
2년 이상의 재택근무가 익숙해져 버린 직원들이 반발은 물론, 아예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이직자 러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역대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노동시장에선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골라서 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근무 형태가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리프트는 직원 대부분이 원격 근무를 한다. 출근을 강요하지 않아 일주일에 하루도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이 회사에 다니는 숀 리씨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그만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있다"며 "경기 침체 영향일 수도 있겠지만 원격 근무가 계속 허용되면서 이직률이 낮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빅테크들도 예외가 아니다.
MS는 '생산성이 낮다'는 관리자들의 절대적인 평가에도 자율적인 주 50% 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지난달부터 사무실 출근을 기존 일주일에 2일에서 3일로 늘렸다. 그러나 이를 공지하자 1천 명이 넘는 직원들이 유연 근무를 요구하는 탄원에 서명하며 반발하는 등 저항에 직면했다.
정확한 숫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6월 일론 머스크의 매일 출근 통보에 많은 테슬라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아마존에 다니는 한 엔지니어는 "회사가 처음에는 출근을 강제하려고 하다고 내부 조사를 한 뒤 반응이 좋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만약에 회사에 나오라고 하면 그만둔다는 엔지니어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델에 다니는 한 킴씨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한곳에 오래 근무하는 엔지니어는 많지 않다"며 "이곳 분위기가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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