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1만3천명, 러서 2만6천명…"푸틴 동원령 발령 후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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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래 이스라엘로 피신한 유대계 주민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통틀어 수만명으로 집계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로 삶의 터전을 옮긴 유대계 우크라이나인은 1만3천명으로 나타났다.
뜻밖에도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계 러시아인은 이의 두 배인 2만6천명에 달한다.
유대계 러시아인 8명 가운데 1명이 러시아를 떠나 이스라엘로 입국한 셈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이스라엘로 이주한 유대계 러시아인의 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발령한 9월 이래 더 늘고 있는 추세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스라엘 인구이민국경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린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열흘 간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통해 이스라엘에 입국한 러시아인만 해도 6천500여명이나 된다.
'백만송이 장미'로 익히 알려진 러시아 '국민 가수' 알라 푸가초바(73)가 대표적인 예로, 그는 지난 주 유대계 혈통의 남편과 함께 이스라엘로의 이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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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초바는 TV진행자이자 희극인인 연하 남편 막심 갈킨(46)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했다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외국 대행기관'으로 지정되자 정권과 전쟁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반전 대열에 합류한 바 있다.
1950년 이래 수단, 에티오피아, 예멘 등지에서 '해외 거주 유대인의 이스라엘 귀환'(알리야) 물결을 여러 차례 경험한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전이 시작되자 구소련 지역에서 새로운 이주민 물결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해 왔다. 1989년 소련 붕괴 이후에만 100만명 이상의 유대계 주민이 이스라엘로 밀려든 전례도 있다.
우크라이나 태생으로 시베리아의 집단 수용소에서 3년을 보낸 저명한 양심수인 율리 에델슈타인은 역사는 반복된다면서 "'위험'은 수 세대 동안 러시아에서 유대인으로서 겪는 경험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러시아를 떠날 때 나는 '유대인으로서의 뿌리'와 이스라엘에 대해 거의 몰랐지만, 그것은 운명이었다. 이번에도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화급히 떠나고 있다"고 말하며 새로운 '알리야' 물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전 세계 유대인들의 '알리야'를 관장하는 유대 기구(Jewish Agency)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스라엘로 입국한 유대계 러시아인 2만6천명 외에 현재 입국을 위해 서류 수속을 밟고 있는 유대계 러시아인도 3만5천명에 이른다.
이처럼 동원령 이후 러시아 거주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몰리는 것은 이스라엘이 몇 안 되는 탈출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시리아 관계 등 역내 안보에 있어 러시아의 협조가 절실한 이스라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단행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러시아를 오가는 여객기 운항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이른바 '귀환법'에 따라 모든 유대인의 본국 이민을 장려하고, 심사를 통과한 유대인에게는 시민권도 부여한다.
이스라엘의 귀환법은 태생적인 유대인과 개종 유대인, 유대인의 배우자, 유대인 부모나 조부모를 둔 사람들에게 이스라엘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할 권리를 폭넓게 부여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비교적 원만하게 유지되던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7월 초 러시아 법무부가 러시아인의 개인정보 수집 등을 문제 삼아 현지 유대 기구 사무소의 폐쇄 명령을 법원에 요청하면서 균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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