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 서방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미국의 새로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맞춰 일부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잇따라 끊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대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미국 정부의 이번 규제로 4분기 매출이 4억달러(약 5천7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세계적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은 지난주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서 설비 설치 또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미국 시민권자·영주권자, 미국 거주 비(非)미국인 등에 작업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 KLM과 램 리서치도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파견한 직원들을 철수하고 새 장비 설치와 이미 설치한 장비 관리 등 지원을 중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방 기업들은 통상 미 정부의 새 규제 직후 수출을 폭넓게 중단하고 관련 규정을 자세히 살펴본 뒤 일부 수출을 재개한다.
하지만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한 이번 규제가 그간 지금까지 미국이 만든 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에 속한다고 지적, 당장 수출 재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마티즌 레이서 선임연구원은 이번 규제에 대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 노력의 심장부를 찌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인들의 중국 반도체업체 지원을 막은 것은 단순히 중국의 기술력 향상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의 기술력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또 새 규제는 서방 장비업체들이 중국 고객사들의 첨단 반도체 생산 여부를 판단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서방 업체들이 자사 장비가 투입되는 중국 반도체 공장에서 어떤 제품이 생산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자칫 실수로 법을 위반할 수도 있어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규제가 미국에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윌리 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규제가 중국산 저가 반도체의 양산을 유도해 이들 제품의 가격 하락과 해당 시장에서 미국 등 서방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결국 서방 기업들이 반대로 이들 제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 상무부는 이에 대해 그 같은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경우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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