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워싱턴 주의 한 피부관리실에서 일했던 여성 심런 발 씨는 해당 관리실을 그만뒀을 때 '직업 교육비'로 1천900달러(약 270만원)를 내라는 요구에 충격을 받았다.
자신은 관련 면허를 소지한 피부관리사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따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었고, 관리실에서 해주는 교육도 수준이 낮았다는 것이 발 씨의 주장이다.
그가 겪은 일은 최근 미 의료계나 트럭 운송업계 등의 기업들이 퇴사하는 직원에게 직업 교육비를 청구하는 이른바 'TRAPs'(교육 상환 협정 조항)의 한 사례라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이 조항이 남용되면서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로욜라대 로스쿨의 조너선 해리스 교수에 따르면 이 조항은 1980년대 후반부터 주로 근로자들이 고가의 교육을 받는 고임금 직군에서 소규모로 적용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그 외의 분야에서도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이 조항의 문제점은 근로자들이 더 나은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하도록 막아 이동성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리스 교수는 지적했다.
코넬 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노동자의 10% 가까이가 이 같은 계약 조항의 적용을 받았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점점 퍼져 이 조항의 영향을 받는 간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미국 최대 간호사 노조 전미간호사연합(NNU)은 밝혔다.
NNU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간호사 1천698명 중 589명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했으며, 이 중 326명은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에 퇴사하면 고용주에게 교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많은 간호사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교육비 상환 의무에 대해 듣지 못했고, 고용주가 한 교육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트럭 운송 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북미 트럭운전사 노조 '팀스터즈'는 화물업체 CRST와 C.R. 잉글랜드가 직원을 교육한 뒤 일정 시간 전에 회사를 그만두면 6천달러(약 853만원) 이상을 부과한다며, 이런 관행은 트럭 운송업계에서 "특히나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정부는 이 관행에 대해 정밀 조사에 들어갔으며 의회도 관련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은 내년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입법 방안을 검토 중이며,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관련 민원 접수에 나섰다. 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도 이 관행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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