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중에도 지지자 드물어…당내 위원회에 사퇴요구 서한 100통
도박사이트 "내년초까지 버틸 확률 30%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가 지지율이 추락하고 여당 내에서도 사퇴 압박에 몰리면서 사퇴는 기정사실이고 언제 사퇴하느냐가 문제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8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트러스 총리가 재임 42일밖에 안 됐으나 모든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라며 "영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랑에 휩싸였다"라고 현 정국 상황을 요약했다.
영국 일간 더가디언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4시(한국시간 20일 0시)에 시작될 '1922년 위원회'의 주례회의에서 트러스 총리의 거취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보수당 의원들 중 각료직을 맡지 않은 이들이 소속된 단체로, 이제까지 트러스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공식 서한 100통이 위원회에 제출됐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취임 후 내놓았던 감세안 등 경제정책은 재원 마련조차 안 된 총체적 부실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시장에서는 영국 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파운드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로 추락했다.
트러스 취임 당시 보수당은 노동당에 당 지지율이 11%포인트 뒤졌으나, 최근에는 격차가 25%포인트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는 노동당이 선거에서 압승했던 1997년 이래 최대 격차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유고브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트러스 총리를 좋아한다는 답은 전체 응답자의 10%에 그친 반면 싫다는 답이 80%였다.
트러스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였던 쿼지 콰텡을 재무장관직에서 14일 해임했으며, 불과 사흘 뒤인 17일에는 신임 재무장관인 제레미 헌트가 트러스가 발표했던 경제정책을 찢어발겼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영국 의회와 여당인 보수당의 분위기상 트러스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으며, 문제는 언제 물러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보수당 거물인 마이클 고브 전 주택부 장관은 18일 의회에서 연설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관측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확한 얘기"라며 트러스 총리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어떤 지도자에게든 던져야 하는 질문은, 지도자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내건 강령과 공약이 찢어 발겨진 후에는 어떤 일이 생기는가 하는 점"이라며 "(트러스 총리의 별명이) '인간 수류탄'인 이유를 이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브 전 장관은 9월 초에 마무리된 당내 총리 후보 경선에서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밀었다.
도박 사이트의 데이터로는 트러스 총리가 내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 확률이 30%대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코노미스트가 도박 사이트인 벳페어 거래소의 데이터를 확률로 환산한 그래프를 보면 트러스의 총리 퇴직 시점을 2022년으로 전망하는 판단이 대세였으며, 확률로 환산하면 60%가 넘었다. 2024년까지 트러스가 총리직을 유지할 확률은 5% 미만으로 평가됐다.
트러스 내각에 속한 각료 중 한 명은 '아직까지 트러스 총리를 지지하는 각료가 누구냐'는 영국 일간 더가디언 기자의 질문에 "한 명이라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각료는 최근 상황에 대해 "암울하다"고 인정했다.
이미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트러스의 퇴임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뚜렷하게 떠오른 후보자가 없고 후임이 정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게 영국 언론매체들의 분석이다. 보수당은 영국 하원 650석 중 357석을 차지하고 있으나 내부가 단결돼 있지 않다.
후임으로 거론되는 유력 후보로는 지난번 경선에서 2위였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있으나, 직전 보리스 존슨 총리 시절에 반기를 들고 이른바 '내부총질'을 했다는 비난을 보수당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받고 있는 점이 약점이다.
이 밖에 페니 모돈트 보수당 하원 원내대표,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이 중 현직 각료인 헌트와 월리스 등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트러스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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