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리 유력' 멜로니 "친나토·친유럽 정부 될 것"(종합)

입력 2022-10-20 23:50  

이탈리아 '총리 유력' 멜로니 "친나토·친유럽 정부 될 것"(종합)
푸틴 옹호하고 젤렌스키 비난한 베를루스코니에 선 그어
베를루스코니 항변 "맥락 무시한 오해…러 침략 정당화 의도 없어"



(서울·로마=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는 다음 주에 출범할 정부가 '친나토·친유럽'일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못 박았다.
우파 연립 정부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전진이탈리아(FI)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한 '망언'에 단호하게 선을 그으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멜로니 대표는 자신의 대외정책 방향을 강조하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정당은 연립 정부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내가 항상 명확히 해 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항상 명확히 할 사안에 대해 말하겠다. 나는 명확하고 단호한 대외정책을 가지고 정부를 이끌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 핵심 사항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탈리아는 자랑스러운 유럽의 일부이자, 대서양 동맹(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이다. 우리가 정부를 구성할 이탈리아는 결코 서방 진영의 약한 고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멜로니 대표 본인과 그가 이끄는 FdI는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지만,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일관되게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 진영의 제재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9월 말 선거에서 함께 승리한 우파 연합의 핵심 파트너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에 혼선이 생기고 멜로니의 지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상원의원으로 당선돼 9년 만에 이탈리아 의회에 복귀했다.
이날 멜로니 대표의 성명은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폭로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발언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라프레세가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 소속 의원들에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생일 선물로 보드카 20병과 다정한 편지를 받았다며 깊은 친분을 과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4년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을 지키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공격을 늘리는 바람에 푸틴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야기했다고 비난했고, 또 유럽과 미국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고도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공개된 모든 녹취는 맥락을 제거한 채 인용됐다"며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만을 목적으로 내 말의 세계적 의미를 무시한 채 퍼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할 의도가 없었다면서 자신은 전쟁을 비난하며 이탈리아 정부, 유럽연합(EU), 나토와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dpa 통신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받았다는 보드카 선물이 EU의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4월 EU 내 러시아산 제품 수입 금지 품목을 확대하면서 러시아를 상징하는 보드카 등을 목록에 추가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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