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가디언 진단…"자유시장주의로 이데올로기 실험한 탓"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초고속으로 몰락한 것은 우파 이념에 매몰된 채 영국인을 실험쥐로 삼으려다 역풍을 맞은 셈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그는 6주 동안만 재임했지만 고지서 요금이 치솟고 희망이 추락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트러스 총리가 야심 차게 '보수의 단짝'인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과 함께 감세안을 골자로 한 자유시장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지나치게 우파 이념에 매몰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디언은 트러스 총리가 터트린 부자 감세, 법인세율 동결 등 정책이 초래한 후폭풍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이로 인해 '트러스노믹스'가 오히려 전복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우파 이념에 따라 트러스가 구상했던 모든 게 거꾸로 뒤집혔다"면서 "이미 하늘을 뚫고 치솟은 집값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납부에 허덕이는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감세안에 고마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실정에 비춰볼 때 트러스 총리는 영국인을 실험실에 갇힌 쥐로 만들어 이데올로기 실험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가디언은 비유했다.
실제 트러스 총리가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9월 23일 450억 파운드(약 72조원) 규모 감세안을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을 이렇다 할 재정 전망 없이 발표한 것은 금융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가했다.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긴급 개입을 해야 할 정도였다.
트러스 총리의 이념적 실험은 세계 자유시장주의 이념에도 '죽음의 키스'를 남겼다고 가디언은 진단했다.
지난 반세기 영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진영에선 부유한 이들이 더 자유롭게 재능을 발휘하고 더욱 부유해지는 저(低)세금·저(低) 규제 사회라는 이상이 우파의 동력이 돼 왔는데, 트러스 총리는 이런 '꿈'의 진실성을 '아마도 영원히' 실추시켰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트러스 총리의 친정인 보수당에도 독설을 날렸다.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가 된 그의 사퇴로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는데, 이는 "보수당은 지쳤고, 통치할 수 없으며, 더는 함께 작동할 수 없는 파벌의 모임"이라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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