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엔·위안화 폭락에 레고랜드 사태까지…금융위기 재발 막아야

입력 2022-10-21 13:33  

[연합시론] 엔·위안화 폭락에 레고랜드 사태까지…금융위기 재발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아시아에서 외환 위기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이다. 전 고점인 2011년의 75.32엔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다. 지난달 달러당 7위안의 벽을 깬 위안/달러 환율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7.2~7.3 위안 선을 오가고 있다. 인접한 두 경제 대국의 통화가 폭락했다는 것은 우리나라도 험난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일본 엔화는 국제무대에서 준기축통화로 기능하고 있고, 중국은 광활한 내수 시장을 가졌지만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점에서 통화 가치 하락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과 일본의 통화 가치 급락으로 1997년과 비슷한 아시아 금융 위기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한국 원화와 필리핀 페소화가 가장 취약하다고 지목했다.

엔화·위안화 하락의 영향으로 이미 연초보다 17%가량 떨어진 원화도 하방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을 전망이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하나같이 맥을 못 추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초고속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킹 달러'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천255조 엔(약 1경 2천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 때문에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형편이라 정도가 더 심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면 신흥국에 투자됐던 자금이 이탈하면서 외환 시장이 동요하고, 이것이 다시 달러 유출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결국 국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이 비교적 튼튼한 편이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고 당장 무슨 일이 생긴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단계는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 국내외적으로 부정적 요인들이 하나하나 쌓여가는 것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 무역수지가 25년만에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8월에는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섰다. 외환보유액은 수십억 달러에 불과했던 환란 때와 달리 4천억 달러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천167억7천만 달러로, 전달보다 200억 달러가량 줄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1천800조 원이 넘는 가계 부채도 '시한폭탄'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강원도 레고랜드의 부도 사태로 자금 시장까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일 채권시장안정펀드 1조6천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채권 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회사채 발행, 기업 공개(IPO),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기업들부터 벼랑 끝에 몰릴지도 모른다. 여러모로 위기감이 커지는 국면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역량과 지혜를 모으면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무역수지 개선, 외환 수급 안정성 유지, 재정 건전성 강화, 가계 부채 관리 등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정치권도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국가 위기 극복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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