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드인] 콘솔 시장 문 두드리는 넥슨…기본기 충실, 디테일은 숙제

입력 2022-10-22 11:00  

[게임위드인] 콘솔 시장 문 두드리는 넥슨…기본기 충실, 디테일은 숙제
'퍼스트 디센던트'·'워헤이븐', 공개 베타테스트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한국 게임업계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에 넥슨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넥슨은 이달 신작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와 '워헤이븐'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두 게임의 '첫인상'은 정반대다. 전자는 미래적인 총기를 들고 괴물들을 물리치는 공상과학(SF) 테마의 게임이고, 후자는 중세 전쟁터에서 칼과 창, 방패를 들고 다른 이용자와 격돌하는 액션 게임이다.
하지만 접근 방법과 지향점은 동일했다. 기존에 출시된 성공적인 게임의 문법을 빌려와 넥슨만의 방식으로 개량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솔 플랫폼이 대세인 서구권 게임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 검증된 해외 루트 슈터 게임 차용한 '퍼스트 디센던트'
넥슨게임즈[225570]가 개발한 '퍼스트 디센던트'(TFD)는 그동안 국내 게임계에선 생소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흥행 장르로 꼽히던 '루트 슈터'(Loot Shooter) 게임이다.
루트 슈터는 역할수행게임(RPG)의 아이템 수집, 성장 요소와 슈팅 게임 특유의 액션성을 결합한 장르다. 적을 사냥해 각종 장비와 재료를 얻고, 캐릭터를 키워 더 강한 적과 싸우는 것이 핵심이다.
TFD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여러 루트 슈터 게임의 요소를 차용했다.
유저 인터페이스(UI) 디자인과 캐릭터·배경은 '데스티니 가디언즈'에서, 전반적인 조작법과 전투·성장 시스템은 '워프레임'에서 상당 부분 참고한 사실이 엿보인다. 이들 게임을 해 본 유저라면 쉽게 적응하는 것을 넘어 향수까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동시에 TFD만의 차별화된 요소도 들어갔다.
플레이어들은 '그래플링 훅'을 통해 맵에 있는 절벽이나 건물 지붕, 난간 등 어느 곳이나 올라갈 수 있었다. 여러 국내외 루트 슈터 게임의 지형지물이 단순한 장애물, 엄폐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상당한 진보라고 볼 수 있다.
'언리얼 엔진 5'로 구현된 게임의 그래픽은 현재까지 나온 동종 장르 게임 중 최상위급이다. 공들여 만든 각종 무기와 장비의 디자인도 볼만하다.
다만 아직 베타테스트 단계라 게임의 깊이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게임의 무대가 되는 오픈 월드는 광활하지만, 플레이어가 맵 곳곳을 탐험하게끔 유도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 오직 정해진 퀘스트 라인을 따라갈 뿐이다.
그 퀘스트 역시 적을 찾아 이동→전투→다음 지역으로 이동을 반복하는 구조로,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빠르게 질릴 법했다.
최대 4명이 협동해 거대한 보스를 사냥하는 '요격전'은 긴장감 있게 만들어졌지만, 보스까지 가는 과정이나 배경 설명은 생략된 채, 똑같이 생긴 인위적인 공간에서 싸워야 했다.



◇ 매니아층 노린 백병전 액션 게임 '워헤이븐'
TFD보다 앞서 베타테스트에 들어간 '워헤이븐'도 기존에 한국 게임 업계에서 보기 드문 장르의 게임이다.
워헤이븐은 중세 시대풍의 가상 세계관을 바탕으로 16 대 16으로 나뉜 플레이어들이 전장에서 백병전을 벌이는 액션 게임이다. 201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작 '마비노기 영웅전'을 만든 이은석 디렉터가 개발 총괄을 맡았다.
기존에 넥슨이 선보인 게임보다 액션의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절도 있고 묵직한 타격감이 특징이다.
워헤이븐 역시 전체적인 게임의 틀과 조작법을 '포 아너', '시벌리(Chivalry)' 등 앞서 나온 동종 장르 게임에서 벤치마킹한 흔적이 엿보인다.
총기가 등장하는 현대·SF 배경 게임보다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몰입감 있는 전투 방식 덕에 서구권에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장르다.
워헤이븐만의 특징은 '영웅 변신'이다. 전장에서 적을 공격하는 데 성공하면 '화신[010690] 게이지'가 차오르는데, 이를 100% 채우면 강력한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다.
영웅 캐릭터는 이름에 걸맞게 혼자서 여러 적을 상대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보여준다. 게임 초반부에 빠르게 화신 게이지를 쌓아 진형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 팀이 이후까지 승기를 잡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다만 캐릭터 간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고, 일부 전장은 참여하는 인원에 비해 좁은 구간이 많아 특유의 액션성을 살리기보다는 머릿수로 '찍어누르는' 구도가 자주 나왔다.
또 게임패드로 조작하는 콘솔 게임과 조작법이 유사하지만, 현재로서는 PC 플랫폼 서비스 계획만 있는 것도 당분간의 흥행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 확률형 아이템과 거리 두는 넥슨 차기작의 노림수
그간 PC 온라인·모바일 게임이 주력 상품이던 넥슨은 TFD, 워헤이븐을 비롯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데이브 더 다이버' 등 콘솔과 PC 패키지 시장을 노린 게임을 한가득 준비하고 있다.
이들 게임의 공통점은 확률형 아이템에 기반한 '페이 투 윈'(돈을 쓸수록 강해지는 게임) 수익모델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TFD와 워헤이븐의 경우 구매 후 플레이 진척도에 따라 보상을 얻는 '배틀패스'를 판매할 계획이고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비슷한 수익모델을 택할 전망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최초 구매 후 추가 결제 요소가 없는 싱글플레이 게임이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일정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 주는 콘솔 게임을 선호하는 북미·유럽 지역 게이머들을 노린 시도로 여겨진다.
물론 이런 시도가 적중하려면 기존에 나온 쟁쟁한 경쟁작보다 앞서는 '디테일'과 운영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뜩이나 2023년은 코로나19로 개발이 연기된 여러 국내외 대작 게임이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TFD와 워헤이븐에서 보여준 넥슨의 전략이 국내 게임업계의 콘솔 시장 진출에 마중물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uju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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