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맞춤형 수출규제 vs 中, 과학기술 자강론…첨단기술 무한경쟁 예고
대만 놓고 격화 가능성…美 '현상변경 반대'에 中 '무력사용 배제안해'
대화 재개 모색·일부 협력 가능성…G20 미중정상회담·북핵 대응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23일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 무대로 한 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이 중·장기적으로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시 주석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천명한 대만 문제가 미중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가 될 수 있는 데다, 미국이 중국을 제외시키는 방향으로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등 경제문제를 놓고도 G2(주요 2개국)간 전략적 경쟁이 더 거칠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고조된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대화가 재개되는 등 유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내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무대로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간 첫 대면 정상회담과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이에 대응한 미중 간 협력 여부가 향후 미중관계를 보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 안보·경제 전방위 대립…미중 전략경쟁 격화 전망
바이든 미 행정부는 5월 대중(對中) 전략 발표에 이어 지난 12일 국가안보 전략(NSS)을 통해 중국을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재차 지목했다.
나아가 투자·제휴·경쟁 등 3대 전략 기조로 중국이 미국을 더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응해 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전면 추진함으로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투쟁'이란 단어를 17번이나 사용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압박과 원색적 비판 등이 특징인 이른바 '전랑 외교'(늑대외교 또는 늑대전사외교)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사실상 대결적 외교 기조를 분명히 한 미중이 가장 크게 부딪히는 전선이 대만문제다.
시 주석이 업무보고에서 대만과 통일을 위해서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정부도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차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은 이전보다 빠른 시간표를 갖고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만약 평화적 수단이 작동하지 않으면 강압적 수단이 동원될 수 있고 이 역시 안된다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강제적(forceful) 수단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에 기반한 미국의 대(對)대만 정책 토대는 평화적 문제 해결이 전제라면서 이 전제가 깨지면 도전적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이 직접 언급을 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이 무력 통일을 시도할 경우 미국의 정책 변화도 있을 것이란 점을 사실상 경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미 상원 외교위에서는 대만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준의 동맹국화하는 법안이 처리됐으며, 싱크탱크 등에서도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려야 한다는 강경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비전을 위해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견지하겠지만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질 것"이라면서 이른바 대만과 통일 문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군은 당대회가 진행되는 중인 지난 21일 군용기 22대 등이 대만 방공식별 구역으로 보내 대규모 무력 시위를 벌였다.
앞서 시 주석은 최근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낼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TV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경제력과 군사력 등과 핵심적으로 맞물려 있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간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최근 대중 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통제 방침을 밝힌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자국 내 경제 정책을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시행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마당은 작게, 펜스는 높게(small yard, high fence)' 전략을 통해 경쟁자인 중국에 미국의 첨단 기술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2일 "전략적인 경쟁자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상대로 맞춤형 기술 통제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은 이른바 '과학기술 자강론'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실현을 가속해 관건적 핵심기술 공방전에서 결연히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최근 자국 주요 반도체 기업을 소집해 미국의 제재에 따른 피해를 평가하면서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밖에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 등의 문제도 미·중 간 갈등 요소다.
◇ 단기적 긴장 완화 추구 가능성…G20 미중정상회담·북핵 대응 주목
미중간 패권 경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당대회가 끝나면서 당장은 대화와 긴장 완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대만 문제로 중국이 기후변화 등을 비롯한 8개 대화 채널을 모두 중단했는데 이 중 일부를 재개하면서 미중간 대화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전망은 일단 미중간 긴장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최고조로 치달았던 이면에 중국 당대회가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시 주석의 3연임을 위한 당 대회를 앞두고 대만 문제에 대해 더 강경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모두 당장 전면적 대결을 추구할만한 여건이 안된다는 점도 단기적 대화 복원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른바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대국굴기(大國?起·대국이 일어난다는 의미)로 방향을 튼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수준으로 국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태다.
싱크탱크에서 현재의 군사력으로 두 개의 대규모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미국도 러시아와 북한의 핵 위협 대응 등 동시에 대응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11월 15~16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양자 회담을 추진하고 일단 표면적으로는 대화 모드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이 많이 나온다.
중국 당대회가 종료된 만큼 첫 대면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논의가 미중 고위급 채널에서 진행되고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당대회가 끝나면서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 문제도 미중간 협력 측면에서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낸 북한이 중국의 당대회 이후부터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8일 사이에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은 상태다.
미국은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독자·소다자·다자 차원에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분명히 한 상태다.
특히 다자 차원 대응의 핵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이를 위해서는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결의안 채택은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은 지난 5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반대했으며, 이달 초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한 논의에서도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취하며 미국과 입장차를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어느 정도나 미국과 보조를 맞출지가 미중간 협력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서 중국의 권력구조가 다시 안정됐기 때문에 중국도 미국과 대화에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G20 정상회의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현재의 긴장 국면이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에 핵실험 프리패스를 주는 것이 된다"면서 "이런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중대 도발에 대해서는 미중간 어느 정도는 보조가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