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확대 vs 부유층 조준…구체적 실체와 방향성은 여전히 물음표
![](https://img.wowtv.co.kr/YH/2022-10-23/PYH2022102205340008300_P2.jpg)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전체 인민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점진적 실현'
22일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일에 만장일치로 통과된 공산당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 명기된 내용이다.
개정 당장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장 개정안에 대한 당 대회 결의문은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점차적 실현', '국내 순환을 주체로 국내 및 국제 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쌍순환 발전구도' 등을 개정 당장에 명기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공산당 당장에는 이미 공동부유가 포함돼 있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당이 '공동부유'를 핵심 경제 의제로 뚜렷하게 새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여전히 공동부유의 실체와 방향성을 두고 갑론을박 온갖 해석이 나온다.
![](http://img.yna.co.kr/photo/ap/2022/10/21/PAP20221021165601009_P2.jpg)
◇ 중산층 확대에 대한 기대…민간 경제 운명은
"합법소득을 보호하고, 지나치게 높은 소득을 조절하며, 불법소득을 단속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20차 당 대회 개막식에서 '공동부유'와 관련해 밝힌 내용이다.
지난해 불평등 해소의 일환으로 '공동부유'를 꺼내든 시 주석은 자신의 3연임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공동부유의 더욱 실질적인 의미를 제시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업무보고서에서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며, 중산층을 확대하고, 소득분배 질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5년까지 1인당 가처분소득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체 인구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율을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4억 중국 인구에서 중산층은 4억여명 혹은 1억4천만 가구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중국의 중산층은 지정학적 긴장과 변동성 고조 속 미래 성장을 위해 내수 시장에 의존하려는 중국에 핵심으로 여겨진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 류스진 부주임은 지난주 중국 재정과학원 이 주최한 포럼에서 중국이 2035년까지 다양한 정책을 통해 중산층 인구를 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협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중산층 진입 가능성이 있는 중국 인구 4억∼5억명의 4분의 3이 민간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류 부주임은 "민간 경제의 발전을 과거보다 더 활발히 촉진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 경제를 지원해야 하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제 공동부유 달성을 돕기 위함이라는 하나의 이유를 더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선 공동부유를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의 현실적 한계를 넘어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 주석의 공동부유 드라이브 속에서 부동산, 정보기술(IT), 사교육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제로 코로나' 정책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경제를 계속 단속하다가는 공동부유가 추구하는 중산층 확대 목표는 달성이 요원하고, 부를 분배하기 전에 일단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면서 과연 '소득분배 질서'가 어떻게 실현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그간 민간기업의 영역을 좁히고 국유기업의 역할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운영해왔는데 과연 경제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공동부유를 내세워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http://img.yna.co.kr/photo/yna/YH/2022/10/22/PYH2022102205310008300_P2.jpg)
◇ 부유층 조준…"세금 신설·재산 은닉 단속"
시 주석은 또한 업무보고서에서 "재산 축적의 메커니즘을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SCMP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부의 축적 방식을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부유층에 경고를 보낸 것이자 더 강력한 규제를 시사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재산 축적 방식을 정확하게 어떤 식으로 바로 잡겠다는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가운데 부유층 사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둥성 이민 에이전트 겸 해외 자산 매니저 에코 량 씨는 SCMP에 "비록 아직 우리는 구체적 의제와 향후 실행 계획의 이행 강도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이는 부유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호할수록 모두가 더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당국의 부인에도 결국은 부자의 주머니를 털어 가난한 이를 돕는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보유세, 상속세, 부유세 등의 신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특히 단기간에 부를 축적하거나 떠오르는 신흥 산업에서 부를 축적한 이들을 겨냥한 강력한 단속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핑원멍 연구원은 지난 18일 중국신문망에 일부 기업의 자의적 지분 배분, 독점에 의한 폭리를 소수에게 집중 분배하는 행태, 개인의 부를 회사 자산으로 전환해 은닉하는 경우 등이 재산 축적 메커니즘 규범화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의 신탁사에서 일하는 라이니 씨는 SCMP에 "공동부유는 이미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에 대항해 몸부림치는 고액 자산가들이 더 많이 떠나도록 밀어붙일 것"이라며 "2018년 이후 여러 중국 슈퍼리치들이 정치적 기후의 변화로 인해 자산의 상당 부분을 갖고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SCMP는 "재산 축적을 규제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부유층과 중상류층 사이에 새로운 걱정거리를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당 대회 개막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며 그 실현을 위한 요구사항 중 하나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 실현"을 거론했다. 이번 당장 개정안에 대한 당 대회 결의문은 '고품질 발전 촉진'과 '중국식 현대화의 길 추구'가 당장에 추가됐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고문인 류위안춘 상하이 금융경제대 총장은 관영 중국주간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 경제가 대규모 성장 모델에 작별을 고하고 경제의 더 넓은 분야에 중점을 둘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