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호주 등 선진국서도 반려동물 양육포기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2년여간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애꿎은 반려동물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활고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사룟값마저 치솟자 양육을 포기하는 주인들이 늘어나서다.
호주 멜버른의 동물보호소 '길잃은 개들의 집'을 운영하는 수전 텔렙스키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보호소에 맡겨지는 동물이 나날이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입소한 4살짜리 나폴리탄 마스티프종의 경우도 주인이 연간 1천600 호주달러(약 146만원)에 이르는 사룟값을 더는 부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호소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텔렙스키는 보호소에 수용된 동물의 수가 이미 500마리를 넘어섰다면서 "(반려)동물과 자녀 중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인데 그런 상황에 부닥친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작년부터 반려동물 유기가 늘고 입양 건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몇 개월 사이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BBC는 전했다.
실제, 반려동물을 포기한 양육자들은 생계비 상승과 실직 등으로 더는 버틸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사룟값 상승도 한 원인이다.
호주의 반려용품 가격은 작년 6월에서 올해 6월 사이 12% 가까이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10.3%)과 영국(8.4%), 유럽연합(EU·8.8%)의 반려동물 사료 가격도 평균 1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블루크로스의 앨리슨 존스는 "사람들이 그들의 애완동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슬프게도 점점 더 많은 동물이 보호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윌리엄 천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반려동물 사료 생산 단가를 높이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사룟값이 안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BBC는 전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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