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고 폐막한 23일 20차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에 대해 "1인 통치체제 복귀를 막고자 고안됐던 중국의 후계 규범이 뒤집혔다"고 총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대회 내용을 시시각각 상세히 전한 뒤 이같이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중국 공산당, 시진핑에 권력 휘두를 영구 통치 선사" 제하의 기사에서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이후 볼 수 없던 수준으로 권력을 집중시켰다"며 "중국의 전임 지도자들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제도화하고, 1인 지도체제 복귀를 막으려 했지만, 시 주석이 이 기준을 뒤집었다"고 했다.
WP는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임 상무위 기자회견에서 측근을 뒤에 세우고 선두에 선 장면을 묘사하며 "(시 주석이) 중국 지도자로서 임기 5년, 혹은 그 이상의 지도자로 '기름 부음'(anointed)을 받았다"고도 했다.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최측근으로만 구성한 데 대해서 WSJ는 "시 주석이 얼마나 많은 권력을 누리게 될지, 또한 그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 단서를 제공해준다"고 꼬집었다.
WSJ은 특히 한 주 동안 이어진 이번 당 대회 가운데 전날인 22일 폐막식에서 노쇠한 후진타오(79) 전 중국 국가주석이 중도 퇴장하던 모습을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고 꼽기도 했다.
당시 후진타오 전 주석의 중도 퇴장에 대해 관영 신화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았다"며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었다"고 전한 바 있다.
공산당의 고급 간부 양성 기관 중국공산당 중앙당교의 차이샤 전 교수는 당대회에 대해 "아무런 규칙도 제한선도 없다. 모든 규정은 깨졌다. 이전에는 저항이 남아 있었지만, 이번에 그의 업무보고에서도 볼 수 있었듯 앞으로 중국의 미래는 전적으로 그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발언뿐 아니라 시 주석의 발언에서 빠진 내용까지도 중대한 의미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의 전임 지도자들은 5년 주기로 열리는 당대회에서 앞으로 다가올 시기에 대해 으레 경제성장에 '중요한 전략적 기회'가 될 거라는 점을 강조하고 '평화와 발전'을 키워드로 삼았으나,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이런 발언을 쏙 빼버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대만을 지원하고 나선 미국, 기술 병목현상에 대한 중국의 취약성, 아시아에서 존재감을 확대해가는 서방 주도 동맹국의 군사력 등으로 세계의 정세가 더욱 위험해졌다고 시 주석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IA 중국 정세분석가 출신의 크리스토퍼 K.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NYT에 "중국이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방식에 매우 중대한 변화가 나타난 것일 수 있다"며 "시 주석은 국제적 갈등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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