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러와 평화회담 시점·조건은 우크라가 정할 일"

입력 2022-10-24 09:29  

마크롱 "러와 평화회담 시점·조건은 우크라가 정할 일"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공식 업무 첫날 저녁 마크롱과 비공개 회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평화회담을 한다면 그 시점과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할 일이라고 23일(현지시간)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로마에서 사흘 일정으로 열린 '평화의 외침' 개막 행사에서 이렇게 연설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협상에 나설 시점을 택할 때 국제 사회가 함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가장 강한 자의 세계 질서를 수용한다는 뜻이 될 텐데 나는 그런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전쟁을 끝내는 것이 "가장 강한 자의 법을 축성(祝聖·consecration·의식을 통해 신에게 바쳐 거룩하게 하는 일)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부당한 것이며 "부풀려진 민족주의의 소산"이라고 강조하면서, 서구가 러시아를 파괴하려 한다는 망상에 러시아가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 대륙 곳곳에서 민족주의 정서가 힘을 받으면서 일부 국가에서 극우 정치세력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올겨울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겨 에너지난이 본격화한다고 해도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새 우익 연립정부에 대한 경고가 담긴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우익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인 멜로니 총리 본인은 무솔리니 옹호 등 극우 성향 발언을 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명확하고 일관되게 밝혀 왔으나, 연정 파트너인 극우 혹은 우익 정당들은 친러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사들의 영향력이 강한 경우가 많다.
전진이탈리아(Forza Italia)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부총리직을 두번째로 맡게 된 동맹(Lega)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올해 3월 우크라이나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과거 푸틴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인이자 정치가"라고 칭송한 전력이 있고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할 당시에도 국제사회의 대러제재에 반대했다.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야권 정당 '오성운동'(M5S)의 대표 주세페 콘테 전 총리도 지난주 이탈리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종교 지도자들에게 전쟁에 저항할 것을 촉구하면서 "오늘날 (러시아) 정교가 러시아 권력자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들에 의해 어떻게 조종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은 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구에 대한 형이상학적 전투"라고 옹호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는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로이터 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할 때 러시아 정교회의 2인자로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안토니 대주교가 다른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회의장 첫 줄에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마크롱이 참석해 연설한 이 행사는 가톨릭 평신도 사회봉사 공동체인 '산테지디오'가 평화를 위한 종교간·문화간 대화 차원에서 개최한 국제 행사로, "(성) 아시시의 정신에 따라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세계 종교들의 국제 회의"다.
행사 폐막일인 25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콜로세움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군비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로마 중심가에서 멜로니 총리를 만나 비공개 회담을 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이날이 멜로니 총리의 공식 업무 첫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멜로니 총리는 21일 공식 지명됐으며 22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취임선서를 했다.
이탈리아 총리실은 양측이 "유럽 수준에서의 커다란 공통의 도전과제"를 "상호호혜적 국익의 면"에서 협력해 풀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양 정상은 에너지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지원, 어려운 경제 상황, 이민자 흐름 관리 등 현안에서 "신속한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유럽 국가들간의 상호협력을 중시하는 중도파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저녁 회담 사진을 트윗하면서 "유럽인들로서, 이웃 나라들로서, 우호 국민들로서, 우리는 시작한 모든 일을 이탈리아와 함께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1시간 넘게 "건설적"이고 "솔직하며", "열린" 논의를 했고 유럽의 의제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모든 수준에서 정기적 접촉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할 예정이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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