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요 30% 맡은 러 공급, 전쟁으로 중단…의료계 우려 심각"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의 핵심 소재인 헬륨 부족 현상이 가중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잖아도 매장량이 줄어들고 있는 희귀 자원인 헬륨의 세계 시장 공급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각한 차질을 빚으면서 의료계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끊는점이 섭씨 마이너스 270도에 가까워 지구상에서 가장 차가운 원소로 분류되는 헬륨은 MRI 기기 작동에 필수적이다.
MRI 기기의 자류(磁流. 자기흐름)를 초전도 상태로 유지하려면 극도의 저온이 필요한데, 기기에 주입된 약 2천리터(ℓ)의 액체 헬륨이 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MRI 기기는 약 13년의 수명 동안 1만ℓ 정도의 액체 헬륨을 사용한다.
문제는 지각 깊숙한 곳에서 발견되는 재생 불가능 원소인 헬륨의 매장량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헬륨 공급국인 러시아와의 교역이 불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러시아 동부에 새로 건설된 거대한 헬륨 생산 시설은 올 초까지만 해도 세계 헬륨 수요의 약 3분의 1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난 1월 이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뒤이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대러 제재가 취해지면서 헬륨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공급 부족은 미국에서 한층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방사선학과 교수 마하데밥파 마헤시는 "헬륨이 큰 걱정거리가 돼가고 있다"면서 "특히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우려가 더 크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공급업자들은 지난 여름부터 헬륨 가스 배급제를 도입해, 덜 필수적인 고객들에게는 할당량을 줄이고 의료계에는 우선권을 주는 조처를 취했다.
콘블루스 헬륨컨설팅의 필 콘블루스 사장은 "현재 미국 주요 헬륨공급업체 5곳 중 4곳이 배급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헬륨 가격이 놀라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헬륨 업계 관계자는 "헬륨 배급제로 더이상 선물가게에서 헬륨 가스 풍선을 불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어려운 상황을 소개했다.
미국에는 2015년 기준 약 1만2천대의 MRI 기기가 운용되고 있는데 헬륨 공급이 중단되면 기기들이 점차적으로 가동을 멈춰야 할 형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했다.
아직은 MRI 기기에 들어가는 헬륨을 대체할 다른 소재는 개발되지 않았다.
MRI 기기 주요 공급업체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헬스케어'와 독일 '지멘스 헬시니어스'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헬륨을 덜 사용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상용화 단계까지 나가진 못했다.
당분간은 병원들이 뇌종양·뇌졸중·척수 손상·간 질환·암 등의 진단을 위해 기존 MRI 기기들을 계속 설치할 수밖에 없어 의료계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고 NBC는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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