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 다변화 전략도…일부 기업 "가격 올려도 고객 유지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고물가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이 프리미엄 제품 강화부터 제품군 다변화, 가격 인상, 생산량 감축까지 다양한 생존 전략을 쓰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경영에 비상이 걸린 기업들이 각자 활로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장난감 업체 해즈브로는 3분기 매출이 15% 줄었는데, 휴가철을 앞두고 재고 증가에 대응하느라 판촉을 강화하면서 이익도 많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크리스 콕스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가격에 민감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업체 P&G는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 광고와 신상품 전략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인플레에 갈수록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더 싼 브랜드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회사는 다양한 가격대의 브랜드나 제품군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기도 한다. 지난 분기 중가 브랜드 제품 판매가 늘어난 동시에 '가성비'가 좋은 대용량 패키지 역시 잘 팔렸다.
이 회사 안드레 슐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P&G에는 소비자를 붙잡아둘 만큼 다양한 브랜드와 여러 가격대의 제품들이 있다"면서 "10달러 미만부터 30∼40달러 이상까지 여러 규모의 묶음 상품을 제공하는 전략이 고객 수요에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통신사 버라이즌과 AT&T는 올여름 일부 휴대전화 요금제 가격을 인상하는 '정면승부'를 택했다.
AT&T는 후불 요금제 가입자가 크게 줄지 않았으나 버라이즌은 이 부분에서 비교적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가격 인상으로 이익을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맷 엘리스 버라이즌 CFO는 일부 가입자 이탈에도 무선서비스 매출 전체는 증가했으며 기존 가입자 상당수가 디즈니플러스 결합 상품 등 더 비싼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한 것이 일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제조기업 월풀은 최근 고물가와 수요 감소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생산량 감축에 나선 사례다.
올해 이익 전망치를 절반가량 낮춘 월풀은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재고를 줄이기 위한 할인에 나서는 대신 생산량을 35% 줄였다.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수요가 감소했고 비용은 증가했다"며 "불경기에는 비용이 내려가기를 예상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전례 없는 시기에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기업 패스널은 급등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했는데, 부정적인 시장 반응을 겪고 있다.
이 회사 홀든 루이스 CFO는 "이런 경기에는 시장이 추가 가격 인상에 수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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