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러시아가 유엔과 타결한 협정에도 불구하고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판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 부처인 기반시설부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오데사 등 흑해 3개 항구의 처리 규모가 러시아의 간섭 때문에 정상 수준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식량 위기를 초래하려고 곡물과 식품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지난 21일 기준으로 대기 선박이 150척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박들의 대기 줄은 인위적인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가 일부러 선박들의 항구 출입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로, 올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자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그러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를 받아들여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120일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을 타결했다.
이를 통해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이 재개됐고, 러시아도 자국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서방의 금융 등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곡물 수출 협약 덕분에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수출량은 690만t으로 전쟁 발발 전인 작년 동기(710만t)와 비슷한 수준까지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지난달 서방이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제재를 제대로 해제하지 않았고, 그 결과 협정과는 달리 러시아의 수출이 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국산 식량과 비료 수출에 대한 요구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11월 19일로 끝나는 이 협정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난주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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