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 관리기관 "원한다면 남성형 쓸 권리 있다"
![](https://img.wowtv.co.kr/YH/2022-10-25/PRU20221023297701009_P2.jpg)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남성과 여성에 따라 관사를 달리 쓰는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45) 총리의 성별 관사를 두고 때아닌 논쟁이 붙었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인 멜로니가 총리 공식 명칭인 'Presidente del Consiglio' 앞에 여성을 뜻하는 정관사 '라(la)' 대신 남성을 뜻하는 정관사 '일(il)'을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해서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멜로니가 총리로서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총리실은 공문에서 멜로니 총리를 일컬을 때 남성 관사 'il'을 붙였다.
총리실은 언론사에도 멜로니 총리를 지칭할 때 남성 관사를 써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최대 노동조합인 우시그라이는 성명을 내고 "멜로니 총리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경영진에서 그녀를 언급할 때 남성 관사를 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이를 "위험한 퇴행"이라고 규정했다.
우시그라이는 "RAI의 기업 젠더 정책에 따르면 여성성이 존재하는 곳에는 언제나 여성 형태를 써야 한다"며 "그러므로 어떤 기자에게도 남성 형태를 쓰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라우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도 비난에 가세했다. 그는 멜로니 총리의 성별 관사 선택을 그가 이끄는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명칭과 연결했다.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은 "최초의 여성 총리가 남성적인 형태를 택하다니…"라며 "자매들(Sisters)을 이름에 넣지 않은 정당인 FdI의 대표가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은 무리인가"라고 비꼬았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멜로니 총리는 2019년 한 연설에서 "저는 여자이고, 엄마이고, 이탈리아인이고, 기독교인입니다"라고 외쳤지만, 여성으로서 정체성은 거의 내세우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낙태에 대해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왔고, 여성 할당제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여성 할당제란 정치, 경제, 교육, 고용 등의 분야에서 채용이나 승진 시 일정 비율 이상 여성에게 자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멜로니 대표는 실력이 부족한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멜로니 총리가 임명한 장관 24명 중 여성은 6명으로, 전체의 4분의 1에 그쳤다.
멜로니 총리를 두고 "여성에 반대하는 여성"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될 정도로 여성 단체들의 불만이 상당한 상황에서 이번 성별 관사 논쟁은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탈리아어 관리 기관인 아카메디아 델라 크루스카의 클라우디오 마라치니 회장은 여성이 맡은 직책에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맞는다면서도 "이념적이거나 세대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남성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