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사 착수한 BBC "조사 마칠 때까지 방송서 해당자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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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영국 공영방송 BBC의 베테랑 진행자가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낙마 소식에 대놓고 즐거워하다 방송 중립성 위반으로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고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의 심야 프로그램인 '더 페이퍼스'를 진행하는 마르틴 크록솔(53)은 지난 23일 방송 후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프로그램은 밤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조간신문의 주요 기사들을 시청자들에게 미리 전해주는데 이날은 존슨 전 총리가 총리직에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에 전파를 탔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당시 방역 규정을 어기고 총리실에서 파티를 즐겼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사퇴한 존슨 전 총리는 후임인 리즈 트러스 총리가 정책 '헛발질'로 44일 만에 물러나자 총리직 복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전격적으로 출마의 뜻을 접음으로써 자신의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던 리시 수낵이 새 총리가 되는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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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솔은 "이 모든 것이 매우 흥미롭지 않습니까? 내일 신문에 어떤 내용이 날지를 짚어보는 우리 프로그램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렇게 기뻐해도 될까요? 글쎄, 되겠죠"라는 말로 프로그램 진행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동료 진행자들에게 신문 1면들이 아직 안 나왔는데, 아마도 최신 소식을 최종판에 반영하려면 빠듯할 것이라고 말해 자신의 오프닝멘트가 존슨 전 총리의 낙마를 지칭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크록솔은 프로그램 후반에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기자인 공동 진행자 토니 그루의 존슨 전 총리 관련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루 기자는 존슨 전 총리는 자신을 '세계의 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는 자신을 2024년 총선 승리를 이끌 최적임자로 물론 생각한다. 그는 아마도 자신이 2024년 미국 대선 승리의 최적임자라고도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루 기자는 이 같은 발언에 크록솔이 웃자 곧바로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이에 크록솔은 "나는 웃어서는 안 됐다. 이렇게 키득거림으로써 아마도 마땅히 지켜야 할 중립성을 어기고 있다"고 말해 자신의 이날 언행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들과 존슨 전 총리가 속한 보수당 의원들은 크록솔이 이날 방송에서 편견을 드러내며 BBC의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존슨 내각의 문화부 장관을 지낸 나딘 도리스 의원은 트위터에 "(크록솔이 보여준)공정성의 결여는 편견이 얼마나 고질적인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청자는 영국의 방송규제당국인 오프콤(Ofcom)에 문제를 제기했다.
잡음이 일자 BBC는 크록솔이 중립성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BBC는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그를 방송에서 배제하기로 했다고 영국 뉴스통신사 PA는 전했다.
BBC 대변인은 "BBC뉴스는 지난 밤에 방송된 '더 페이퍼스'가 중립성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긴급히 조사하고 있다"며 "우리는 최고 수준의 보도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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