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청사 주변 설치 의혹에 논란…현재는 신변보호 요청자에만 사용
인권침해 요소 있어 범죄수사에 쓰려면 새로운 법적 근거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주변에 보안 강화를 이유로 보행자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 안면인식 기술의 현주소와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실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올해 5월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자 국방부는 종전의 국방부 청사 경계시설 보강사업 계획을 변경, 안면인식과 추적 기능이 있는 고성능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보강사업의 예산도 9억5천여만원 늘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국방부 측에서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CCTV를 도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에 대해 "설치 예정인 고성능 CCTV는 화질의 선명도를 높인 것일 뿐 안면인식 기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안면인식과 관련된 어떠한 시스템도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5월 9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돼 경호처가 지문·홍채·안면 등 생체인식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된 바 있어 논란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국내선 아직 실시간 안면인식 CCTV 대중화 안돼
안면인식 기술은 얼굴 이미지에서 눈, 코, 입, 이마 등 특징점을 추출해 이를 바탕으로 얼굴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는 다시 입력된 얼굴 이미지가 미리 저장된 얼굴 이미지와 동일인의 것인지를 판단하는 안면 인증(face verification)과, 신원을 알 수 없는 얼굴 이미지 가운데 저장된 얼굴 이미지와 일치하는 것을 식별하는 안면 식별(face identification)로 나뉜다.
안면 인증은 스마트폰 잠금 해제 등에, 안면 식별은 수사기관의 범죄자·용의자 탐색에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중국 공안 당국의 범죄 용의자 추적 시스템인 '톈왕'(天網)과 같이 CCTV를 통해 보행자들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직 국내에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시스템은 고해상도 CCTV 외에도 안면인식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와 전 국민의 얼굴 이미지에서 추출한 데이터 세트가 있어야 가능하다.
또한 실시간 안면인식은 인권 침해 요소가 크기 때문에 관련한 법과 제도도 먼저 마련돼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CCTV는 신변보호 요청자를 대상으로 범죄예방용으로 최근 도입한 수준이다.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입었거나 그럴 우려가 있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은 요청자의 주거지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한다.
지능형 CCTV는 요청자와 그의 가족 등 사전에 등록된 얼굴 정보를 CCTV에 포착된 인물과 대조해 외부인인지를 판단하고, 이런 외부인이 주변 배회, 담치기 등 이상행동을 할 경우 요청자에 경고해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경찰은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으로 지능형 CCTV를 활용해 실종 아동과 치매 환자 등을 찾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범죄 수사에서 지능형 CCTV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단, 안면인식 기술이 기존 CCTV에서 확보한 영상에 적용돼 용의자의 신원을 식별하는 데에는 쓰이고 있다.
특히 얼굴인식 성능을 높이기 위해 범죄 피의자의 얼굴 사진(머그샷)을 3차원(3D) 형식으로 촬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해당 범죄자가 나중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경우 그의 3D 얼굴 정보가 저장돼 있기에 CCTV 영상에서 그의 신원을 좀 더 용이하게 식별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현재로선 안면인식보다는 법보행(法步行) 분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법보행은 범죄자의 걸음걸이에서 나타난 보폭, 속도 등의 특성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과학수사기법이다.
해상도가 낮은 CCTV로 촬영된 영상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015년 이른바 '금호강 살인사건'의 재판에서 법보행 분석이 처음으로 유죄 증거로 인정된 바 있다.
◇ 생체인식정보, 범죄수사에 활용하려면 별도 법적 근거 필요해
지능형 CCTV를 통한 실시간 안면인식이 범죄 수사에 활용되려면 무엇보다 이를 규율할 법령을 우선 갖춰야 한다.
안면인식기술로 추출된 얼굴의 특징점들은 현재 생체인식 정보로 분류된다.
이 생체인식 정보는 개인정보에 속하는 생체정보 중 특정한 생체정보를 가리킨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지난해 내놓은 생체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생체인식 정보는 '생체정보 중 특정 개인을 인증·식별할 목적으로 처리되는 정보'로 정의된다.
예컨대 카메라로 촬영한 얼굴 사진을 인사관리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으면 이는 일반적인 개인정보에 그치지만, 이 사진을 활용해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특징 정보를 추출하면 이 정보는 생체인식 정보가 된다.
정부는 2020년 7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런 생체인식 정보도 민감정보에 포함해 특별히 보호하고 있다.
민감정보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 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말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이런 민감정보의 처리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개인정보와 별도로 해당 정보 주체에게 추가로 동의를 받거나, 다른 법령에서 허용한 경우에는 다룰 수 있게 했다.
이는 실시간 안면인식이 가능한 지능형 CCTV가 범죄 수사에 활용되려면 별도의 법적 조치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박원규 군산대 법학과 교수는 '경찰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에 관한 법적 검토'란 논문에서 "안면인식 기능을 탑재한 CCTV는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예외 없이 분석하고 사실상의 신원확인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일반적인 CCTV와는 다른 차원의 기본권 침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새로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리하자면, 안면인식 CCTV가 수사 목적 등으로 쓰이려면 안면인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 기술적 허들을 넘어서는 것 외에도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적 기반의 마련이 필요한 셈이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찰의 안면인식 기술 활용 금지
미국, 영국, 독일 등 외국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을 범죄 수사 등 법집행기관에서 사용하고 있으나 신중히 접근하는 편이다.
첨단 기술의 본고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에선 지난 2019년 5월 경찰 등 법집행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처럼 행동에 나서기 전부터 안면인식 소프트웨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백인 남성의 얼굴을 더 잘 인식하고 구분한다는 점이 주된 문제로 거론됐다. 여러 연구에서 얼굴색이 짙은 유색인종이거나 여성이면 오인 확률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미디어랩이 2018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가 백인 남성의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확률은 99%에 달했지만, 피부색이 짙은 여성의 얼굴은 오인 확률이 35%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경찰이 이 기술을 활용하면 무고한 흑인이나 여성을 범죄자로 오인해 체포할 가능성이 백인 남성보다 더 높음을 의미한다.
2020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은 미국 경찰에 안면인식 기술 제공을 중단했다.
MS는 이어 올해 6월엔 안면 분석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책임 있는 AI' 개정 표준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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