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SK하이닉스 "어려운 환경…금융위기 수준 투자축소"(종합)

입력 2022-10-26 14:48   수정 2022-10-26 14:51

'어닝쇼크' SK하이닉스 "어려운 환경…금융위기 수준 투자축소"(종합)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D램·낸드 전례없이 낮은 수요 성장률 예상"
"당분간 수급 불균형…수익성 낮은 제품 중심 웨이퍼 투입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김아람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감에 대응해 금융위기 수준으로 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26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초 기대와 달리 올해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며 어려운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팬데믹 기간 높은 성장세를 보인 IT 제품 수요의 기저효과로 인해 수요 감소 속도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D램은 한 자릿수 초중반, 낸드는 한 자릿수 수준의 전례 없이 낮은 수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4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60.3% 급감하는 등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10조원 후반대였던 투자 규모를 내년에는 올해보다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노 사장은 "이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며 "올해 말 업계 재고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급격한 수요 감소에 직면해 메모리 업체들은 투자 축소와 가동률 조정 등 공급 측면의 대응을 시작했지만 그 영향이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러한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를 통해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함에 따라 내년 D램과 낸드의 웨이퍼 생산량도 올해보다 줄고 선단 공정 비중도 낮아질 전망이다.
감산 계획에 대해 노 사장은 "기존에 수요가 강하지 않았으나 우선 생산해놓고 수요를 찾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우선 웨이퍼 투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팹(공장) 내 효율성 증가를 위한 장비 재배치, 팹 간 제품 재배치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있으며, 실제 일부는 적용돼 실행 중"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아 예측이 어렵지만 내년 D램은 10% 초반, 낸드는 20% 중반 수준의 수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노 사장은 "극자외선(EUV) 장비는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EUV가 없는 경우를 가정하면 일부 비용 상승과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UV 장비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기로 했지만, 내년 이후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 사장은 "1년 후에 유예되지 않는다면 메모리 산업 특성상 장비 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2020년대 후반보다 더 빠른 시점에 팹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지금 우시를 포함한 중국 공장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일종의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해당한다"며 "팹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온다고 가정할 경우 팹이나 장비를 매각하거나 장비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는 당연히 검토하고 있지만, 그런 상황이 오지 않고 팹을 운영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생산 거점 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재 생산 베이스에 변화를 주기가 그렇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개발 완료한 238단 4D 낸드플래시를 내년 중반부터 양산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지난 8월 미국 플래시 메모리 서밋(FMS)에서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 완료를 발표했고, 고객 샘플은 내년 초부터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 중반부터는 양산을 시작해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에서 더블 스택 등의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만큼 238단 양산에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anajjang@yna.co.kr,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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