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장직에 올랐다. 이미 그룹 총수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해 왔지만, 부회장 승진 10년 만에 회장직을 맡으면서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공식 막을 올렸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지 2년 만이자,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지 4년 만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명실상부한 이재용 삼성 시대가 시작됐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심각한 경기침체, 대외여건 악화를 고려한다면 이 회장 앞에 놓인 도전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31.4%나 급감했고, 순이익 역시 23.6% 줄었다.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로 4분기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작년 인텔로부터 3년 만에 탈환했던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내주게 됐으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 수장으로서의 강력한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뉴삼성'을 이끌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일도 시급하다. 바이오,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니 향후 이 회장 행보가 관심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지속적 노력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 강화, '4세 경영 포기' 선언 이후 주목되고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구체적 전환,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변화 등 경영상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모든 의사 결정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 회장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 졌다"면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계열사 사장단과 가진 오찬에서 최근 국내외 주요 사업장과 글로벌 시장을 둘러본 소감으로 "절박하다"면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국민 사랑을 받는 초일류 기업의 입지를 다지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뉴삼성'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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